작년 주가가 폭락해 시름하던 상장회사들이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소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급반등하는 모습이다. 자사주 취득으로 수급개선 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로 연결되면서 주가도 반응하는 것이다.
다만 일부 종목의 경우 자사주 취득이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고 이익모멘텀 둔화 등에 묻히면서 하루 반짝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자사주 취득과 기업의 실적 모멘텀을 함께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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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보통주 기준)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한 상장회사는 31곳(코스피 11곳, 코스닥 20곳)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총 4552억45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공시됐던 자사주 취득 금액(27건, 3297억9200만원)보다 38%나 급증한 것이다. 작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17%, 15% 가량 급락해 2008년 금융위기(-40.1%)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영향이다. 이 중에서 한화케미칼(009830)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취득한 자사주를 즉시 소각키로 했다.
자사주 취득을 발표한 31곳과 소각을 결정한 씨엠에스에듀까지 총 32곳 중 30곳이 작년 주가가 폭락했단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부 종목은 2~4년 연속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상장사가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바닥이란 인식이 커지고 있다.
힘스(238490)는 지난달초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힌 이후 주가가 1만6000원대로 올라서 작년 9월 수준을 회복했다. 작년 초 2만3000원대였던 힘스 주가는 연말 1만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었다. 4년 내리 주가가 하락한 에스넷(038680)은 연초 이후 21.8% 올랐다. 작년 주가가 47.8% 급락한 오렌지라이프(079440)는 자사주 매입 영향 때문인지 21.6% 상승했다.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한화케미칼과 씨엠에스에듀는 연초 후 각각 15.6%, 10.1% 올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사주 취득·소각 공시 직후인 21일에만 주가가 2.0% 올랐다.
박소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하락한 이후 이뤄지는 자사주 취득은 주가 바닥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며 “평균적으로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주가 흐름이 긍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자사주 취득 효과, 생각보다 약하네
다만 자사주 취득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에 비해서도 그 효과가 일시적이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번 늘린 배당은 줄이기 어렵고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총수를 줄이는 것인데 반해 자사주 매입은 언제든 매물로 출회될 수 있어 주주환원 정책에 미치는 효과가 가장 적다는 설명이다.
업황이 부진하고 실적 모멘텀이 둔화된 부분이 자사주 취득, 소각효과를 상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비용 증가 우려에 일부 증권사에선 주식 매수를 권하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는 전년보다 매출 등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공격적인 마케팅 등 비용 지출이 커지면서 마진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NH투자증권 등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유지하고 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는 복합적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만으로 주가의 추세적인 흐름이 달라지긴 어렵단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