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스탠퍼드대의 ‘자랑스러운 동문’

  • 등록 2019-03-04 오전 6:00:00

    수정 2019-03-0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상헌 산업에디터] 얼마 전 서울 A사립대 교수한테 들은 이야기다. A대와 미국 스탠퍼드대가 상호교류를 추진하기 위해 두 학교 보직교수들이 만났다. 행사의 첫 순서로 서로의 학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나선 A대는 학교의 역사 등에 이어 사회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이나 장차관 등 유명 동문들을 거명하며 학교소개를 마무리했다.

벤처기업 창업자=내세우고 싶은 졸업생

하지만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스탠퍼드대는 좀 달랐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자랑’ 중심의 학교소개 대신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을 창업한 수많은 동문들의 리스트를 화면에 띄우고는 스탠퍼드대의 기업가정신,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행사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고백했다.

벤처기업가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고시를 패스해 고위 공무원으로 올라가거나 국회의원 등 힘있는 자리에 진출한 졸업생을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런 사례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올해의 자랑스러운 동문상’ 수상자 면면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나마 이런 편견을 깨는 장면이 최근 클로즈업됐다. 아직은 소수지만 국내 대학들이 졸업식장에 기업인들을 불러 축사를 맡기는 일이 늘고 있다. 대학 캠퍼스의 ‘마지막 수업’인 졸업식 축사를 기업인들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나 정치인, 정부 고위 인사 등이 단골로 하던 것과 비교하면 신선한 변화다.

서울대는 지난 2월 26일 졸업식에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제작자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연단에 세웠다. 그는 사회로 나서는 후배들에게 “현실과 맞서고, 부조리함과 싸워달라”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하루 전인 25일 고려대 졸업식장에는 역경을 극복하고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일군 엘앤피코스메틱의 권오섭 회장이 나와 “시련과 좌절을 겪을 때마다 도전적이고 창조적 태도로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의 졸업식 축사 ‘신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해달라고 기업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대학들의 변화는 고무적이다. 기업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어서다. 다만 이런 일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특정 대학만의 행사가 되어서도 안 된다. 기업인들이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하나의 계기가 돼야 한다.

한 나라의 경제는 기업가 정신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그동안의 세계경제의 역사가 증명한다.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를 일군 수많은 창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 기업인들이 회사를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가정신이 필수다. 기업가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 사회 구성원들이 앞장서서 창업자들이 마음 놓고 뛰어들고 도전하게 넓은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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