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우주 96%는 암흑물질..신이 선택하는 사람이 승자"

김영덕 IBS연구단장 인터뷰
"가속기 없는 실험 찾다보니 암흑물질로..실체 파악이 주된 연구"
양양 지하 깊은 곳에서 신호 기다려..청정실 등 시설 확충할 것"
  • 등록 2013-11-05 오전 7:34:50

    수정 2013-11-05 오후 1:51:50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물리학자들의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지난해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에서 ‘힉스 입자(Higgs boson)’를 발견하고, 마침내 그 존재가 입증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힉스 입자를 연중하고 있는 이론물리학자들이 선정된 뒤 물리학계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힉스 입자가 현대 물리학의 표준모형을 완성한 17번째 입자임이 확인됐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소 같은 물질은 전체의 4%(혹은 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암흑물질(dark matter)과 암흑에너지로 각각 26%와 70%를 구성하고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바로 그 다음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영덕 IBS 핵입자천체물리학 지하실험 연구단장
우리나라에서 암흑물질 연구자로 선두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단연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생활 속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그 존재를 확인한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암흑물질이 없다면 은하도, 지구도, 우리들의 현재 모습도 설명되지 않기에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는 인정될 수밖에 없다.

김 단장이 이끄는 IBS 핵입자천체물리학 지하실험연구단은 지난 7월 구성돼 현재는 한 명의 그룹리더를 선정했고, 다른 또 한 명의 그룹리더를 선발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김 단장은 지난 2002년부터 김선기 서울대 교수와 김홍주 경북대 교수와 함께 암흑물질 탐사에 나선 국내 암흑물질 선두주자다.

김 단장이 원래부터 암흑물질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대학에서 원자핵공학을 공부한 그는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미국과 일본에서 가속기로 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했다. 1995년 서울대 브레인풀 연구원으로 채용됐을 때까지도 가속기 기반 질량분석기를 설치하는 작업에 몰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종대 조교수로 부임한 1998년부터 그는 양성자나 전하 등 입자를 가속시키는 실험기기인 가속기 없이도 실험할 수 있는 핵과 입자실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엔 가속기가 전무했고, 실험을 계속하고 싶었던 그는 김선기 교수의 제의로 암흑물질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김선기 교수와 김홍주 경북대 교수 등 3인으로 구성된 ‘KIMS(Korean Invisible Mass Search)’ 실험팀이 구성됐다.

“한국엔 가속기가 없으니 실험을 계속 할 수 없었죠. 지금도 CERN의 LHC(거대강입자가속기)같은 가속기는 만들 엄두를 못내지만 그 당시에도 가능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LHC 이후 가속기는 전세계 입자물리학자들이 전부 모여서 만들 수밖에 없죠. 암흑물질은 가속기 없이도 입자물리학 연구를 할수 있고, 또 국내 실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3명이 의기투합하게 된거죠.”

전세계적으로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다. 1933년 스위스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가 처음 암흑물질을 주장한 뒤 수십년 동안 그와 관련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1998년 이전에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그 실체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상에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는 바로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은하가 있다고 했을 때, 그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은 중심을 따라 돌고 있다. 중력의 법칙에 따르면 은하에서 멀어질수록 별들의 회전속도는 느려져야 하는데, 중심에서 가깝거나 먼 정도에 관계없이 회전속도는 엇비슷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물질이 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암흑물질은 보이지 않지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져 진행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적용하는 것인데, 빛이 휘는 정도를 수식에 의해 할 수 있다. 질량이 클수록 빛이 많이 휘고, 적을수록 휘는 정도도 낮기 때문에 관측되는 질량과 빛의 휘어지는 정도를 놓고 계산하면 측정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구분은 어떻게 해서 이뤄졌을까. 김 단장은 “구분하기 전에는 우리가 아는 4%의 물질을 제외한 암흑물질을 측정했을 때 9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좀 모자라는 것 같다는 의심이 있었다”며 “암흑에너지 개념이 나오면서 그에 대한 의심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이 연구하는 것은 암흑물질 가운데서도 윔프(WIMP)다. 윔프는 액시온(AXION)과 더불어 암흑물질일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윔프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김 단장은 배경방사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양양의 땅속 깊은 지하에서 직접 만든 검출기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이유는 배경방사능이 존재하게 되면 암흑물질이 아닌 가짜 신호가 잡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렇게 했을 때 암흑물질이 나타내는 신호(signal)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관측된다.

김 단장은 “자연방사능 1조 개 중에 암흑물질은 하나 정도 있다고 보면 된다. 순수한 물질, 화학적으로 불순물을 모두 제거한 그런 기술이 우리 시설에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대기업 반도체 회사 같은 경우는 먼지 수에 따라 청정실을 지하에 구축하는데, 아직 그 정도 시설을 갖추지는 못한 상태여서 앞으로 연구단 지원을 받아 청정실도 만들고 확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암흑물질 연구는 CERN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CERN과 김 단장이 진행하는 연구의 차이는 바로 ‘입자를 새로 생성하느냐와 이미 있는 입자를 확인하는 것의 차이’다. 즉 CERN에서 LHC를 이용한 암흑물질 연구는 양성자를 강하게 충돌시켜 새로운 입자를 생성하는 식으로 이뤄지지만, 김 단장의 연구는 이미 있는 물질의 신호를 잡아내는 데 목표가 있다.

이달 초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장’으로 IBS에 합류한 그리스 출신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박사와 경쟁 관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윔프가 만드는 신호와 액시온이 만드는 신호는 완전히 다르다”며 윔프의 경우 단결정에서 X레이 정도에 해당하는 신호가 조금씩 나와야 하고, 이 신호가 어떤 크기 분포를 가져야 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반면 액시온은 배경방사능과 관계가 없어서 지상에서 실험을 진행해도 되고, 전혀 다르다“며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크게 보면 경쟁 관계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경쟁이 아니라 자연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자연이 누구에게 먼저 신호를 보내느냐, 그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물리학자들은 왜 우주에 그토록 집착하느냐는 우문을 던져봤다. 잠시 당혹스러워하던 그는 “물질이 서로 엉켜있는데 왜 엉켜있는지 궁금하고, 어떻게 아닌게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지, 조금 보이는 게 10년 뒤에는 어떤 것으로 판명될까, 이런 것들이 모두 궁금하다”며 “그냥 너무 궁금하고 알고 싶을 뿐”이라며 웃었다.

김영덕 단장은=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미국 미시간주립대 물리학과에서 논문 ‘중간에너지 핵반응에서 다핵파편화’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포스트닥터로, 일본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 JSPS연구원으로 일했다. 일본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 재직 당시에는 시간분해능이 가장 뛰어난 섬광검출기를 개발, 기묘핵 수명을 성공적으로 측정하는 데 기여했다.

1995년 서울대 브레인풀 연구원, 1998년 세종대 조교수로 부임했으며 2002년부터 KIMS 실험을 시작, 암흑물질 탐색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2012년 중국에 이어 세번째 중성미자 섞임각을 성공적으로 측정했으며 결정을 이용한 이중베타붕괴 실험 수행연구를 계속 진행해왔다.

<용어설명> 힉스입자 : 현대 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우주대폭발(빅뱅)이 일어난 137억년 전 우주탄생 당시 쿼크 6개, 렙톤 6개, 매개입자 4개 등 총 16개의 입자가 생겨나 물질을 이룬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소립자 하나하나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은 17번째 입자가 힉스 입자라는 이론이 제기됐다. 힉스 입자는 빅뱅과 같은 아주 큰 힘에 의해서만 생겨날 수 있어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지난해 CERN에서 처음으로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

김영덕 IBS 핵입자천체물리학 지하실험 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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