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사장 “1인당 月인건비 520만원, 中의 3배”…민낯 드러낸 이유

강환구 사장 담화문 내고 노조 ‘작심 비판’
“인건비 中의 3배, 싱가포르의 6.5배
원가 비중만 20%…수주 경쟁 되겠나”
조선도 어려워 물량 나누기 불가능
수치 언급하며 노조 주장 오목조목 반박
  • 등록 2018-09-10 오전 6:20:00

    수정 2018-09-10 오전 10:12:06

지난달 20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에서 마지막 수주 물량인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가 완공돼 운송선에 실려 출항했다. 이 설비는 현대중공업이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로부터 수주한 물량으로 이후 45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가 없어 이날부로 해양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우리 회사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약 520만원이다. 중국 조선소는 1만위안(한화 약 169만원)으로 우리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해양사업본부의 원가 중 인건비 비중은 20% 수준이다. 수치까지 언급하며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강환구(63) 현대중공업(009540) 사장이 일감이 바닥 난 해양사업본부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노조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해양사업 직원들의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반대하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오목조목 반박하며 일종의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9일 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은 지난 7일 담화문을 통해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해양사업본부는 현재 약 24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연간 약 1920억원의 인건비가 발생한다”며 “향후 3년간 신규 수주 없이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인건비 손실액만 약 6000억원으로 해양사업 유휴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대중공업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해양사업부(해양공장)는 지난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를 수주한 이후 수십 개월째 일감이 없는 ‘수주 절벽’인 상황이다. 지난달 이 마지막 나스르 물량이 출항한 뒤 해양공장 작업은 사실상 멈춰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오는 14일까지 해양공장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조기정년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반발해 부분파업을 벌였고, 희망퇴직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 사장은 “대표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런 조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해양사업은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원가 수치까지 언급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그는 “조선사업본부는 지난해 1146억원, 올해 상반기에만 24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물량 부족에 따른 휴업·휴직을 지속하고 있다”며 “군산조선소, 4도크, 5도크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조선 물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해양으로 물량을 나누면 회사 전체가 더 어려워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주물량을 처리하는 협력사의 노무비는 대체로 직영의 약 65% 수준인데, 이를 직영으로 전환하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노무비가 증가한다. 그렇다고 직영인력 노무비를 협력사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도 없다”며 “결국 조선 외주물량을 해양 직영으로 전환할 경우 조선사업본부 경쟁력까지 떨어져 회사 전체로 위험이 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해양사업 수주를 못 하고 있는 이유로는 높은 인건비를 꼽았다. 강 사장은 “우리 회사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약 520만원인 데 반해 중국 조선소는 1만위안(약 169만원)으로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싱가포르 업체에서 고용하는 인도 등 제3국 근로자의 경우 약 80만원에 불과하다”며 “주요 프로젝트 수주 실패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의 총 원가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로, 중국업체의 6%나 싱가포르 업체의 3%에 비해 높다. 그러면서 강 사장은 “수치까지 언급하며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유를 임직원들이 알아야 한다”며 “아무런 대책도 희생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노조의 태도는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울산지노위는 오는 18일 무급휴직 신청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다음은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의 담화문 전문이다.

현대중공업 임직원 여러분께

올 여름 유달리 무더웠던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습니다. 이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도 불어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유독 시간이 흘러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 회사의 현실에 제 마음이 무겁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나스르 프로젝트의 마지막 모듈 출항이후, 일감 제로(0)가 된 해양사업본부는 현재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으며, 노동위원회에 무급휴업도 신청하였습니다. 대표이사로서 다시한번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해양사업은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며, 여러분께 다시한번 회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1. 조선물량을 해양으로 나누면 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노동조합과 일부 현장에서는 조선과 물량을 나누면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를 여러분께 설명 드리겠습니다.

조선사업본부는 2017년 -1,146억원, 2018년 상반기에만 -2,4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미 2017년 9월부터 물량부족에 따른 휴업과 휴직을 지속하고 있고, 지금도 230명이 휴직·휴업 중입니다. 물량부족으로 군산조선소, 4도크, 5도크의 가동이 중단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조선 물량도 부족하여 유휴인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해양으로 물량을 나눌 형편이 아닙니다.

공정은 더 혼란스러워 질 것이고, 조선의 유휴인력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회사 손익은 더 나빠질 것이고, 회사 전체가 더 어려워질 뿐입니다.

2. 외주물량을 직영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현재 외주물량을 처리하는 협력사의 노무비는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직영의 약 65% 수준입니다. 이를 직영으로 전환하여 직영비율이 높아지면 당연히 회사가 부담해야할 노무비가 증가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직영인력의 노무비를 협력사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또한, 작업능률이 그만큼 나올 것이냐의 문제도 심각히 고민해야 합니다. 작업능률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만큼 공수가 늘어날 것이고, 회사 손실은 더 커질 것입니다.

게다가 현재 조선사업본부는 경쟁사인 삼성중, 대우조선에 비해 직영비율이 높은 상태입니다. 바꿔 말하면, 최선을 다해 생산직 직영인력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조선의 외주물량을 해양 직영으로 전환할 경우, 해양으로 인해 조선사업본부의 경쟁력까지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선의 경쟁력 저하는 수주감소와 일감축소로 이어질 것이고, 조선사업본부의 유휴인력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결과로 나타날 것입니다. 현대중공업 전체로 위험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후판가격도 올랐습니다. 지금 조선사업본부가 해양까지 신경쓸 상황이 아닙니다.

3. 해양사업은 왜 수주를 못하느냐는 주장에 대하여

수주를 하기 위해서는 수주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 동남아 업체와 우리 해양사업본부와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인건비입니다. 주요 기자재와 원자재 가격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의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약 520만원입니다. 중국 조선소 1인당 월평균 인건비는 1만위안(한화 약 169만원)입니다. 우리의 1/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게다가 싱가포르 업체에서 고용하는 인도 등 제3국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80만원에 불과합니다.

해양사업본부의 총 원가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수준입니다. 이에 반해 중국업체의 인건비 비중은 6%, 싱가포르는 3%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건비에서만 약 15%정도의 차이는 무조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비토(Vito), 요한캐스트버그(Johan Castberg), 토르츄(Tortue) 공사 수주 실패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해양사업본부는 현재 약 2,4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연간 임금으로 1,500억원, 퇴직금 120억원, 기타 부가급여 등을 포함하여 약 1,920억원의 인건비가 발생합니다. 향후 3년간 신규 수주 없이 이런 상태가 유지된다면 인건비 손실액만 약 6,000억원이 발생합니다. 해양사업의 유휴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양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제가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유를 여러분은 아셔야 합니다. 희망퇴직을 시키고 싶은 경영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회사는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수주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해양사업을 살리는 길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해양사업의 존속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희생도 없이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노동조합의 태도는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해양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분의 희생과 양보가 없다면 해양사업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임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의 동참만이 해양사업, 나아가 현대중공업을 살릴 수 있습니다.

2018년 9월 7일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강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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