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금융그룹 회장 겨냥한 檢…신한금융 ‘재도약 드림’ 무산되나

[검찰, 조용병 회장 구속영장 청구]
오렌지라이프 인수 땐 자산 1위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어려워져
부동산신탁업 진출 좌초 가능성↑
인터넷銀 인가 대상서 빠질 수도
“KEB하나은행장 기각 사례 있는데
현직 회장에 무리한 수사” 지적도
  • 등록 2018-10-10 오전 5:00:00

    수정 2018-10-10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금융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검찰이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조용병(61·사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탓이다. 채용비리 혐의만으로 금융지주사 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조 회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 없이 신한금융이 추진 중이던 전략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오는 12일부터 사흘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키로 한 일정도 취소한 상태다.

금융업계에선 지난해 10월부터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에서 한 발 비켜서 있던 신한금융이 1년여 만에 가장 궁지에 몰리게 됐다며, 이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례가 있는 만큼 현직 지주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너무 무리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485조 ‘리딩뱅크’ 꿈꾸는 신한…조용병 회장, 10일 영장실질심사

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10일 오전 예정된 가운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더라도 검찰 기소가 분명해졌다.

업계에선 신한금융그룹이 달성하려는 목표사업이 줄줄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보험) 인수 승인을 금융당국이 미룰 것으로 예견된다.

지난달 신한금융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4850만주)를 2조2989억원(1주당 약 4만7400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신한금융이 인수합병(M&A)한 사례 중 LG카드(6조7000억원), 조흥은행(3조3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6월 말 기준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규모는 31조5375억원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신한금융의 총자산은 484조8195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 자산 규모 1위인 KB금융그룹(463조3374억원)보다 덩치가 커지는 셈이다.

하지만 조 회장 재판이 지속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 DGB금융지주는 작년 1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하이투자증권 지분 85%를 4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도 금융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을 최종 승인받기까지 거의 1년이 소요됐다. 박인규 전(前)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횡령·배임) 등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이 물러난 뒤에야 최종 승인을 받았다.

비(非)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진행 중인 부동산 신탁회사 인수 또는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출도 무산될 수 있다. 신한금융은 아시아신탁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주주 지분 인수를 협의 중이다. 업계 10위권인 아시아신탁의 지난해 순이익은 282억원으로 시장에서 추정하는 인수금액은 2000억원 안팎이다. 경쟁사인 KB·하나금융지주와 달리 부동산 신탁사가 없어 이변이 없는 한 인수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 역시 대주주 적격성에 있어 결격사유로 심사가 보류될 수 있다. 이르면 이달 중순 금융위가 부동산신탁업 인허가 기준 및 심사 절차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한금융이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조 회장이 전문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유를 들어 이번 사태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긴장한 표정이다.

검찰이 신한은행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특혜채용한 의혹을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신한금융지주 내부의 긴장감이 커진 가운데 한 시민이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신한금융 본사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신한금융그룹 4조5000억 투자 위축 우려”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대상에서도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 각각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금융당국은 제3·4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착을 위해 기존에 진출하지 않은 신한·KEB하나·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의 신규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이들 3개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단 지금처럼 조 회장 리스크가 불거지면 신한은행은 제외될 수 있다.

신한은행 등 계열사 CEO들의 임기 만료가 내년 초로 다가온 시점에서, 조 회장의 인사권 공백이 발생할 경우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탈환과 이를 위한 그룹 포트폴리오 재편에 급제동이 걸릴 처지다.

9년 연속 실적 1위를 고수한 최대 금융사의 ‘경영시계 제로(0)’ 상황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신한금융그룹 내 2인자인 위성호 신한은행장마저 신한사태 당시 위증교사 관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검찰발(發)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가 일단락됐다는 판단 아래 신한은행이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에 나선 시점에서 신한금융 계열사에 대한 채용비리 수사 확대 방침은 오는 2020년까지 총 4조5000억원으로 계획된 신한금융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 밖의 사태인 만큼 채용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다른 금융회사들도 긴장한 상태로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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