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式 新세계질서②]"美와 거래하려면 中과 결별하라"..양다리도, 국제기구도 인정 못해

전 세계 '들었다 놨다' 후 '아군'으로 만들어
中 '왕따 작전'.."무역전쟁 끝까지 간다"
중거리 핵무기 폐기조약 탈퇴 추진..안보 '독주'
WTO 무력화·UPA 탈퇴..'심판'도 무력화
  • 등록 2018-10-22 오전 6:00:01

    수정 2018-10-22 오전 6:00:01

미중 정상. 사진=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신(新) 세계질서의 핵심이 ‘대(對) 중국 봉쇄’로 옮겨가고 있다. 패권에 도전하는 신흥 강대국인 중국의 부상을 꺾어 미국의 주요 1개국(G1)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1라운드 격이었던 관세폭탄 ‘부과’에도, 중국의 저항이 거세자, 세계를 ‘중국 대(對) 반(反) 중국’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질주는 지칠 줄 모른다. 비단, 경제뿐만이 아니다. 갈등의 전선을 외교·군사적으로 광범위하게 넓히고 있다. ‘미국이냐 아니냐 양자택일하라’는 이른바 ‘트럼프 독트린(Trump doctrine·트럼프주의)’에 지구촌이 요동치고 있다.<편집자주>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이들 3명의 전직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껴안았다. 그러나 중국의 실상은 전략적 경쟁자이자 라이벌, 더 나아가 ‘적’이었다.”

더글러스 딜런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내놓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이른바 ‘대중국 비판연설’ 관전평이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4일 미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와 미 중간선거 개입 의혹부터 대만·남중국해 문제, 신장위구르 100만명 무슬림 강제 구금, 더 나아가 미 대학 내 중국 유학생들의 상호 감시 및 검열 의혹까지 중국의 치부를 전방위로 제기했다. 중국은 이를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나흘 연속, 그것도 1면에 펜스 연설을 비판하는 논평을 실은 건 이례적이다.

양국 일각에선 고대 그리스에서 패권국 스파르타와 신흥 강국 아테네 간에 전쟁처럼, 양국이 결국 ‘전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미국의 ‘독주’는 거침이 없다.

치밀한 기획..美의 ‘對中 봉쇄정책’ 가시화

사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봉쇄 작전은 치밀하게 ‘기획’됐다. 올 초만 해도 우방까지 포함,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개시하는 듯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 ‘한 수’ 접어주는 듯한 스탠스를 펴며 자국에 유리한 새 무역협정을 차례로 맺고, 그 전선을 중국으로 단일화했다. 한국과 일본처럼 처음부터 ‘실리’를 챙긴 그룹이나 독일과 캐나다처럼 ‘반항’을 하다 결국 순응한 그룹 모두 결국엔 트럼프의 품 안에 고개를 조아린 셈이 됐다. 반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중국의 저항은 거셌다. 무역전쟁의 상흔에도, 결사항전을 외친다.

실제 중국의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은 6.5%로, 9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는 25% 급락했다. 미국의 타격도 만만찮다. 넉 달째 지속하는 무역전쟁 탓에 피로감은 만성으로 전이되는 분위기다. 뉴욕증시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9월 중국의 대미(對美) 흑자는 341억달러로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관세폭탄’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는 방향을 틀었다. 주요국에 ‘미국과 협정을 맺으려면 중국과 결별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 이달초 캐나다·멕시코와 체결한 USMCA에 ‘비시장경제’ 국가(중국)와 무역협상을 할 경우 상대국에 통지하도록 한 조항을 포함한 게 대표적이다. 상대국들에 중국과의 무역협상 세부사항 공개를 요구할 수 있고, 협상 체결 땐 미국이 나프타를 떠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고문을 지낸 댄 프라이스는 “이는 미국의 2차 제재 구조를 무역협상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이르면 내년 1월 이런 조항을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과의 무역협상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홍콩중문대학 부교수 후룽은 “‘독소조항’이 글로벌 무역 및 산업공급망에서 중국을 약화시키기 위한 진일보한 조치”라며 “일본과 EU는 미국 시장 진입과 무역관계 유지를 위해 이 조항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5일 트럼프가 개발도상국에 600억달러(약 68조원)의 투자한도를 갖는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 설립 규정 등을 담은 법안에 서명한 것을 두고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맞서기 위한 행보 아이냐는 관측도 나왔다.

트럼프 둘러싼 ‘매파 철옹’..안보도 ‘질주

문제는 트럼프 주변엔 그의 ‘독주’를 멈춰 세울 인물이 없다는 데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매파 3인방의 위세는 상상 이상이다. 반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 비둘기파들은 이들의 기세에 눌려 있다. 중국과의 타협을 모색하고자 이들 비둘기파가 사실상 확정한 내달 29일 G20 정상회의 계기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매파 3인방은 자칫 어쭙잖은 타협으로 중국과의 분쟁이 봉합되는 걸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단 경제분야뿐이 아니다. 내각의 마지막 ‘어른’으로 평가받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경질순위 ‘0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트럼프는 매티스에 ‘민주당원’ 딱지를 붙였다. 사실 매티스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 외교·안보 매파들의 그늘에 가린 지 오래다. 얼마 전 국경 문제를 놓고 볼턴과 욕설과 삿대질을 섞어가며 다툰 존 켈리 백악관의 비서실장의 사임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거리 핵무기 폐기조약(INF) 파기를 준비 중이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옛 러시아)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INF는 ‘냉전 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역사적 협정으로 평가받는다. INF 파기 검토는 서태평양에서의 핵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 압박도 고려한 조치다. 핵개발 경쟁에 따른 ‘신냉전’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내년도 국방예산으로 7170억달러(약 810조원)를 편성했다. 중국(2280억달러)의 3배가 넘는다. 최근 연방 재정적자로 각 부처의 예산을 일괄 5%씩 삭감하기로 했지만, 국방예산만큼은 건들지 않기로 했다.

분쟁을 조율하는 ‘심판’도 사실상 없앴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를 맹공하며 무력화시킨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8일 유엔 산하 만국우편연합(UPU) 탈퇴를 예고했다. 중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국제기구는 방해만 될 뿐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주의의 핵심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방이 녹다운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며 “방해가 된다면 심판도 ‘적’으로 삼는다”고 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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