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물가 전망도 최근 비슷한 의심을 사고 있다. 있는 그대로 물가 흐름을 보지 않고 목표에 가까운 전망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성장률로 평가를 받는다면 한은의 성적표는 물가다. 한은은 물가 목표치를 설정하고 통화정책을 편다.
실제 한은의 전망은 물가 부분에서 유독 어긋난다. 지난 5년간(2013~2017년) 한은이 연초에 내놓은 소비자물가 전망치와 실제 소비자물가를 비교해보니 연평균 0.7%포인트 차이가 있었다. 수요 측면의 물가 흐름을 확인하기 적합한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도 오차가 0.4%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경제성장률 오차는 0.1%포인트였다. 물가를 보는 한은의 눈이 선명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 때문인지 한은은 부쩍 낯선 물가를 내놓고 있다. 올해 7월 한 보고서를 통해 ‘관리제외 소비자물가’와 ‘관리제외 근원물가’를 소개했고, 지난 8일에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관리제외 경직물가’도 내놨다. 이는 모두 목표 수준(2%)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은의 경제 전망은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전망이 어긋나는 건 곧 한은의 신뢰도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좀 더 세심한 물가 전망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