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시생 없는 고시원' 없애자

  • 등록 2018-11-16 오전 4:00:00

    수정 2018-11-16 오전 4:00:00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뒤늦게 화재 취약시설 안전점검에 나서고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고시원 같은 ‘대체 주택’이 버젓이 난립하는 상황이 과연 정상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

고시원은 소득 양극화와 수도권 과밀화로 인해 생겨난 기형적인 주거 시설이다. 도시에 거주는 해야 하는데 여력이 안 되는 이들이 고시원으로 몰려든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이들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일용직 근로자로 도시 빈민들이었다. 사람이 기거하는데 한 칸당 6.6㎡(약 2평)밖에 안 되는 쪽방 수십개가 한 건물에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게다가 각 실을 구분하는 내벽 소재는 시멘트가 아니라 그냥 ‘칸막이’에 가깝다. 불에 취약한 석고보드를 내벽 소재로 대부분 쓰는 데다 인구밀도가 높으니 화재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2~2017년 다중이용업소 화재 3035건 중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고시원 업주가 비상식적으로 실내 건축을 하더라도 제어할 수단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관할 소방서가 고시원의 대피로가 잘 설정돼 있는지,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됐는지 점검하게 돼 있지만 이는 사고 발생 상황을 전제로 둔 조치다. 건축법상 고시원의 ‘인테리어’는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 수익을 노리는 고시원 업주가 마음대로 다닥다닥 방을 붙여 지어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시원뿐만 아니라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대체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전국 37만가구에 달한다. 산동네 쪽방촌 등이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고시원 같은 비상식적인 주거 시설은 장기적으로 사라지는 것이 맞다. 단기적으로는 고시원 내부 설계가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규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안전 사각지대에서 위험을 안고 살고 있는 도시 빈민층들을 공공 임대주택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시원에서 고시 준비하는 사람은 얼마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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