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리서치센터]①"누가 리포트 보고 투자하나"…기관바라기 毒됐다

전·현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0명 설문조사
법인영업 태생 한계…애널 감축에 센터장 겸임도
유료화 필요하지만, 공짜 보고서 너무 익숙해져
  • 등록 2018-12-06 오전 6:00:00

    수정 2018-12-06 오전 7:51:25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A상장사에 대한 증권사 보고서를 읽고 향후 전망이 너무 좋아 주식을 샀는데, 그 이후 계속 주가가 떨어져 두달 새 20% 손실을 봤다. 주식시장에선 애널리스트 보고서랑 반대로 투자하면 성공한다는 우스게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30대 직장인 김모씨)

증권사가 내는 종목보고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리서치센터의 존립 근거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법인영업이 줄어 속앓이를 하는 증권사들도 리서치센터를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있어 연구원을 줄이고 조직을 통합하는 등 축소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나온 보고서들은 ‘투자 매수’를 권유하는 내용 일색이었고, 실제주가와 목표가 사이 괴리율이 너무 커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당국이 목표가 괴리율 공시제는 도입했지만 개선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한 장의 보고서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업체 주가가 폭락하며 보고서를 쓴 연구원이 사과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리서치센터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다. 리서치센터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시장 상황, 전망 등 분석력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일반인 투자자들도 보고서를 무료로 볼 수 있어 공공재 성격을 띄게 됐다. 이 상황에서 법인 영업 관련 사업이 줄자 비용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대형증권사인 삼성증권(016360)은 지난 4일 유사기능을 가진 리서치센터와 투자전략센터를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또 조직이 축소되면서 현직 리서치센터장들이 직접 리포트를 쓰는 사례도 늘고 있다.

◇ 법인영업 축소에 애물단지로 전락

이데일리가 최근 전·현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리서치센터 축소의 가장 큰 배경으로 기관투자가에 대한 편향적인 영업 구조가 꼽혔다.

현직 센터장 A씨는 “그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주된 고객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연기금 등의 외부 기관투자가였고, 특히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에 대한 서비스가 중요했다”면 “하지만 최근 공모펀드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리서치센터도 다운사이징(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센터장 B씨도 “리서치 수요가 강한 액티브 시장의 위축 및 패시브 시장의 성장, 자금이 유통시장에서 프리IPO(기업공개)와 벤처캐피탈로 이동한 영향 등으로 대형사로의 편중 심화로 중소형 증권사 리서치 업무가 위축됐다”며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로의 수익원 이동과 브로커리지(중개) 업무의 위축도 리서치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전직 리서치센터장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종승 IR큐더스 대표(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태생은 법인영업을 주로 지원해야만 했다는 것인데,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는 대부분 대형사 위주로만 이뤄지기에 리서치센터 입장은 대형사를 분석해야만 했다”며 “시장에서 개인투자가들이 원하는 종목은 배제될 수밖에 없었고, 현재도 이런 태생적인 원인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유료화 필요하지만, 가능할까…”

애널리스트들의 이탈로 리서치센터가 점점 축소되자 리서치센터장이 투자전략팀장을 겸직하는 일도 빈번하다. 센터장들은 인력난과 예산부족으로 인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를 경계하면서도 장단점이 있다고 털어놨다. 현직 센터장 C씨는 “센터장의 업무가 연구원 관리 업무에만 편중되기 보다 담당 분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리서치센터 차원에서는 센터장이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버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센터장들은 보고서 축소로 인해 개인투자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현직 센터장 D씨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대표 종목, 인기 종목, 시총 상위 종목 중심으로만 일률적인 커버리지 체계를 가져가다보니 보고서의 다양성, 차별성, 커버 종목의 다양성 등 여러 측면에서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보고서 유료화에 대해서는 현직 센터장들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전 미래에셋대우 사장)과 이종승 IR큐더스 대표(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등 전직 센터장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시도했지만 국내시장 여건상 실패한 경험을 예로 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본시장 활성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 지양돼야 한다고 전·현직 센터장들은 입을 모았다. 한 현직 센터장은 “주식 장기투자자와 증권장기저축을 든 사람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현직 센터장 E씨는 “커버리지 종목수 감소, 종목별 보고서 작성횟수 감소, 보고서의 질 저하 등 애널리스트의 감소에 따른 여러 악영향들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며 “대부분의 증권사가 대표 종목, 인기 종목, 시총 상위 종목 중심으로만 일률적인 커버리지 체계를 가져가다보니, 보고서의 다양성, 차별성, 커버 종목의 다양성 등 여러 측면에서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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