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증권사 보고서…'매도의견 높여라 vs 신중해야'

증권사 보고서, 당국 지도에도 효과 미미
매도의견 전체 2%…국내證 0.1% 그쳐
투자자들 '고려 안한다' 싸늘해진 시선
"매도의견 내야”vs“신중해야” 의견 분분
  • 등록 2019-01-23 오전 5:05:00

    수정 2019-01-23 오전 5:05: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증권사 보고서는 투자자들의 판단을 돕는 것인데 매수만 부추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내 자본시장이 부정적 평가에 유독 예민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매도 보고서만 독려한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기업 보고서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뻥튀기’ 오명에 증권사 보고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해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매도 의견을 통해 신뢰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매도 의견으로 주가가 출렁이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증권사 보고서 99.9%가 ‘매수’

증권사가 내놓는 대부분의 보고서에는 ‘매수’의견이 주를 이룬다. 투자의견이 매수에서 ‘중립’으로만 바뀌어도 업계에서 관심을 받을 정도여서 매도 의견을 찾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7년 애널리스트 독립성 강화와 매수 의견 일변도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 괴리율(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차이) 공시제와 검수기능 강화, 보수산정기준 명확화 등의 방안을 시행했다.

매수 일색인 보고서 관행은 달라졌을까. 금감원이 2017년 9월부터 1년간 발행한 보고서 4만4528건과 보고서 신뢰성 제고와 제도 개선 후 발행한 4만4734건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수’ 의견은 제도 개선 전 75.7%에서 76.3%로 되려 높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범위를 넓히면 매수의견은 80.5%까지 높아졌다.

반면 매도 의견은 전체 2%(1035건)에 불과했다. 매수 의견은 물론 중립·의견 미제시(각 11%)를 한참 못 미친다. 더욱이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은 0.1%(43건)에 그쳐 외국계 증권사(13%·992건)를 밑돌았다.

매수만 부추긴다는 인식에 증권사 보고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직장인 안모(39)씨는 “관심 있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독학하거나 한 달에 두 번 주식투자 스터디에 참석하며 투자 기준을 세운다”면서도 “증권사 보고서는 변별력이 없어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지만 국내 자본시장이 매도 의견에 유독 예민하다 보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수 의견과 매도 의견을 같은 1개의 보고서로 보면 안 된다”며 “투자자들은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다 보니 매도의견에 조심스러울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도 의견 적극 내야 vs 분위기 조성 먼저”

장외 설전도 치열하다. 친(親)기업 성향의 보고서를 지양하고 객관적 정보를 전달해야만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의견과 기업들도 매도 의견을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먼저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사가 애초에 보고서를 내는 목적은 기업의 가치에 대한 평가로 투자자들의 판단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내는 보고서는 애초 목적과는 다르게 투자를 추천하고 독려만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도 “증권사에서 내놓은 보고서는 결국 증권사의 발언이자 투자자들과의 신뢰와 이어지는 부분”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투자자에게 올바른 조언을 하는 조직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과거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상장사에 매도 의견을 낸 뒤 해당 종목의 공매도가 대폭 늘어난 사례 등 악용 우려도 있어 매도의견 권장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서 어떤 주식에 대한 매도 의견이 나왔을 때 기업에 대한 공격이라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문화가 여전하다”며 “그런 문화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선뜻 매도 의견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매도 의견은 주식 외에도 금융 등 다른 분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매도 의견을 바라보는 자본시장 내 분위기가 성숙해진 후 상황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야경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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