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거늘

아동학대 하루 50명, 매달 학대 사망아동만 2.6명 꼴
`친권자 징계권` 개정, 가정 개입 아닌 인식변화 노력
어떤 명분·방식으로도 폭력은 폭력일 뿐
  • 등록 2019-05-26 오전 8:58:47

    수정 2019-05-26 오전 8:58:47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화장실에서 락스와 찬물 세례를 받던 7살 원영이와 떼를 쓴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당하고 발로 밟힌 5살 준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로부터 학대받다 암매장된 채 발견됐다는 점이다. 가해자는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였다. 당시 인면수심 범죄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잊힌 존재가 됐다.

그 이후 아동 학대는 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명의 아이가 학대받고 있고 매월 2.6명의 아이가 학대로 목숨을 잃는다. 매일 같이 제2의 원영이와 준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지난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며 민법에 있는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정부에 가정과 학교 및 아동 관련 모든 기관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비폭력 훈육을 장려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 이에 정부도 61년 간 이어져온 민법을 손질하며 친권자의 징계권을 정당하게 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에 나선 것.

실제로 한 정부 관계자도 “꿀밤이나 회초리를 든다고 해서 부모를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라 어떤 이유로든 아이를 때리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혐의로 법정에 선 부모들은 “아이를 훈육하려던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적어도 이런 항변이 법원에서 통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게 정부의 법 개정 취지인 셈이다.

하지만 반발은 거세다. `가정내 훈육까지 정부가 나서서 왜 개입하려는 거냐`, `아이가 밖에서 사고를 치면 부모 책임인데 어떻게 통제를 하고 어떻게 훈계를 하라는 것이냐`는 식이다. 마치 훈육·훈계와 폭력이 필수불가결한 관계처럼 들린다.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도구가 아무리 꽃이어도 폭력은 폭력일 뿐이다.

아동폭력문제를 다룬 영화 `미쓰백`에서 주인공 미스백은 이렇게 말한다. 맞고 자라서 때렸다는 부모들에게 잘못은 당신의 과거가 아닌 당신의 현재라고. 가정 내 폭력 방지를 위해 첫걸음을 떼려는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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