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애봐라" …남성육아할당제 도입한 노르웨이

[지구촌 육아전쟁 탐방기 노르웨이편]
앤 리세 앨링스타 오슬로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아빠육아휴직할당제 도입후 맞벌이 부부 삶 극적 변화
휴직 끝난 후 불이익 없이 일터 복귀할 권리 보장해야
육아·노동 양성평등, 출산율·여성고용 두마리 토끼 잡아
  • 등록 2018-01-12 오전 6:30:00

    수정 2018-01-12 오전 6:30:00

앤 리세 앨링스타 오슬로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김보영 기자)
[오슬로(노르웨이)=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북유럽 끝자락에 위치한 뭉크의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는 ‘엄마가 살기 좋은 나라’, ‘일하는 엄마, 아빠가 행복한 나라’로 불린다. 노르웨이는 지난 2015년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세계 17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5년 어머니보고서’에서 여성과 아동이 살기 가장 좋은 나라 1위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 4월 발표한 ‘일·가정 양립(Work-Life Balance)’ 지수 보고서에서는 8.7점(10점 만점)으로 5위에 올랐다.

기차에는 아이 전용 놀이방 칸이, 모든 버스와 트램에는 유모차 전용공간이 있다. 육아용품 비용도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에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저렴하다. 기저귀 20개짜리 한 묶음이 15크로네(한화 약 2000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품질의 우리나라 기저귀와 비교해 절반가격에도 못 미친다.

이 곳에서는 만 14세 이하 자녀를 양육 중인 부부의 약 80% 이상이 맞벌이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만 14세 이하 자녀를 양육 중인 부부 10쌍 중 3쌍만 맞벌이 부부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아서다. 노르웨이에서는 젊은 여성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직장을 그만 두는 일이 거의 없다.

아빠육아휴직할당제가 바꾼 맞벌이부모의 삶

앤 리세 앨링스타(Anne Lise Ellingsaeter)복지정책위원회 TF 학술위원장(오슬로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3년에 도입한 육아휴직 ‘아버지 할당제(Daddys’ Quota)‘가 노르웨이 맞벌이 부모들의 삶을 바꿨다”고 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맞벌이 부모들이 정해진 육아휴직을 나눠쓰는 부모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 왔다. 특히 노르웨이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아버지 할당제는 부모 육아휴직 제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일정 기간은 반드시 아빠가 사용하게 강제하는 게 골자다.

노르웨이에는 총 49주의 육아 휴직 기간을 부모가 나눠쓸 수 있지만 이중 10주는 반드시 아빠가 사용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은 일·가정 양립의 정착이며, 일·가정 양립의 실현을 위해서는 아빠들에게 양육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도입한 제도다.

앨링스타 교수는 “처음 시행할 당시엔 아빠 할당 휴직 기간이 4주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 양성평등 인식 제고 등 젠더 담론이 부상하면서 10주로 늘어났다”며 “아버지 육아 할당기간 동안 급여의 100%를 보장하기 때문에 정책적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할당제 도입 직전인 1992년 3%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이 지난해 97%까지 상승했다. 노르웨이의 성공을 지켜본 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 등 주변 국가들도 아빠 할당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노르웨이 도심 곳곳에서는 엄마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활보하는 아빠들의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사진=김보영 기자)
남성육아휴직 강제해야 아빠육아 활성화

앨링스타 교수는 여성이 육아 의무를 짊어진 국가에선 남성육아휴직을 강제해야 아빠육아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긴 1년이라는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부모 각각 1년씩 최장 2년간 부모들이 직장을 쉬고 아이를 돌볼 수 있다. 하지만 아빠 육아휴직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노르웨이가 아버지 할당제를 시행한 후 겪은 또다른 변화는 여성 근로자의 전일제(Full-time) 근무가 늘고, 직장 복귀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할당제 시행 전 55% 정도에 불과했던 15세 이상 여성 경제 활동 참가 비율이 지난해 61%로 늘었고, 54세 이하 여성으로 한정하면 75%에 달한다. 노르웨이는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이 OECD 국가 1위다. 1995년 6.16% 였던 여성실업율 역시 2008년 2.35%까지 떨어졌다. 2013년 이후에도 매년 3~4%대를 유지하고 있다.

앨링스타 교수는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경제적 부양자 겸 가정 양육자가 될 권리와 의무를 동등히 가진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아버지 할당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 출산율·여성고용 확대 두마리 토끼 잡아

1970년대말까지만 해도 1.7명 수준이던 노르웨이의 출산율도 2009년 1.96명으로 증가했다. 현재까지 이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노르웨이는 달랐다. 비결중 하나가 ‘육아시간선택제’다. 노르웨이에선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는 근로시간을 20% 단축해 일할 수 있다. 노르웨이에선 부모의 60%가 육아시간선택제를 사용한다.

앨링스타 교수는 정부의 전폭적 육아 지원과 노동시장에서의 양성평등 인식 제고가 가정의 행복 및 출산율 증가 뿐 아니라 국가 경제력 및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육아 중인 여성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당장 한 회사, 한 가정 단위로만 보면 손해를 감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아에서의 양성평등과 여성 고용의 활성화는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입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들이자 경제적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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