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한옥은 왜 사라지지 않고 남았을까

골목 인문학
임형남·노은주│372쪽│인물과사상사
  • 등록 2018-10-31 오전 5:04:00

    수정 2018-10-31 오전 5:04: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와 돈화문로 사이, 지하철 종로3가역 6번 출구 인근의 익선동은 삼청동과 북촌에 이어 새롭게 떠오른 ‘한옥’ 핫플레이스다. 오래된 한옥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낡은 동네’였던 이곳은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춘 빈티지한 음식점과 가게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에 왜 한옥이 들어선 것인지, 이토록 오래된 동네가 어떻게 개발의 광풍을 피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니는 건축가 부부에 따르면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1888~1965)이 경성의 주택난을 타개하기 위해 북촌과 함께 ‘모던 한옥’ 마을로 개발한 곳이다. 북촌이 10여년 전부터 재정비에 나선 것과 달리 익선동은 개발계획이 중단돼 땅값만 오른 채 “퇴락해 서걱거리는 서민의 동네”로 남아 있었다.

골목에 애정이 많은 저자들에게 익선동은 특별한 동네가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가 살던 동네고 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최근 익선동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방금 구호물자 박스를 열고 그 안에 담긴 온갖 희한한 미제 깡통에 열광하듯” 하다고 지적한다. 사람 냄새가 나던 동네가 “사람은 자꾸 밀리고 커피나 피자, 여유와 낭만이란 정체를 알 수 없는 ‘추상’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골목과 동네에 애정이 많은 저자들의 글을 읽다 보면 이해가 된다. 1960년대 삼청터널의 개통으로 부자와 서민이 함께 사는 공간이 된 성북동의 두 얼굴, 조선 마지막 왕 순종의 비 순명황후 민씨의 무덤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골프장으로 이용되다 지금은 어린이대공원이 된 능동의 비운의 역사, 한국 최초 입체교차로가 있었던 삼각지 로터리의 숨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도시가 감춰둔 역사가 개발을 통해 어떻게 사라져가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저자들은 “천천히 걸어가는 속도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 골목에서 만나는 인문학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골목이야말로 사람의 자취와 사람 이야기가 듬뿍 담겨 있는 ‘인문학의 장’이라는 것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라져가는 골목과 동네에 대한 향수가 가득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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