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이동걸 산은 회장의 '인정승천(人定勝天)'

  • 등록 2019-04-17 오전 5:50:00

    수정 2019-04-21 오후 10:42:15

[이데일리 김영수 금융부장] “현 정부 인사중 가장 잘한 건 이동걸 회장을 발탁한 것일 겁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정부 인사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 대한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아끼지 않았다. 과거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굵직한 기업구조조정을 거침없이 해결하면서 이 회장을 발탁한 라인 모두 만족한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장은 2017년 취임과 동시에 한국GM(R&D 법인분리 합의), 금호타이어(중국 더블스타에 매각),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에 매각) 등 그간 골칫덩이였던 구조조정 과제를 거침없이 해결했다. 이는 금융당국 등과의 끊임없는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원칙주의자이면서 진보적 성향의 학자로 알려진 이 회장은 특유의 소신 발언과 직설화법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취임 당시 “국가 경제와 대상 기업에 최선이 되는 판단 기준과 엄정한 원칙,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의 원칙은 해당 기업의 자구 노력이므로 끌려 다니는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이 같은 발언은 구조조정 기업에 일관된 원칙으로 적용되면서 시장에 강력한 시그널을 던졌다.

이런 와중에 올초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회계감사(2018년도) 의견을 ‘한정’으로 판단하자 이 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조단위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과도한 시장성차입에 의존했던 금호그룹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의 트리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삼구 전 회장 역시 과거와 같지 않은 기류가 흐른다는 것을 감지하고 산은에 “3년내 정상화가 안되면 아시아나항공을 내놓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본 이 회장은 “채권단에서 거액을 지원받고 3년 동안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망하면 (그제서야) 회사를 내놓겠다는 거냐”면서 단박에 거절 의사를 표했다.

박 전 회장은 채권단과 금융당국 압박에 결국 장고 끝에 15일 아시아나항공의 즉시 매각(M&A)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28일 박 전 회장이 퇴진을 발표한 이후 20일도 채 안돼 그룹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격 결정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박 전 회장 퇴진발표 이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호남의 대표기업으로서 31년간 아시아나항공을 지켜온 박 전 회장으로선 시장의 냉혹한 평가에 씁쓸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시장은 이동걸 회장에 주목하고 있다. 정점으로 치닫는 금호그룹 사태를 예견했던 것일까. 이 회장은 올해 산은 경영계획에서 2013년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 업무’를 중점 추진과제에서 제외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서도 산은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3가지(부실기업 구조조정 마무리·혁신 성장 지원·산은 경쟁력 제고) 중 구조조정 부문에서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할 만큼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그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인정승천(人定勝天 : 사람이 뜻을 정하고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역대급’ 산은 회장으로 기록될 이 회장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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