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주는 '나쁜 아빠들'…신상공개 논란 법정서 가린다

신상공개 사이트, 검찰 약식기소에 정식재판 청구 계획
"공개 전 판결문 확인하고 공익성 커 명예훼손 아냐" 주장
국가 대지급·운전면허 제한 등 법안 국회 논의 지지부진
  • 등록 2019-06-07 오전 6:05:00

    수정 2019-06-07 오전 6:05:00

‘양육비 해결모임’ 회원과 관계자들이 지난 2월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의 생존권인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손의연 박순엽 기자]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 공개가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이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이 해당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인터넷 사이트 관계자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하자 해당 사이트 측은 정식 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육권 보호와 개인 명예훼손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법이 정한 양육비 지급 의무를 외면하는 부모들을 강제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사안 아니다” vs “공익성 있다” 정식 재판서 판단

6일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 사이트 ‘배드 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에 따르면 이 사이트 관계자 구본창(56)씨는 검찰의 약식 기소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김욱준)는 지난달 15일 구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범죄사실이 경미해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다.

구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등의 정보를 배드 파더스에 올리는 등 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씨는 2017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신상 정보 공개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건만 15건이다.

‘공식성이 크다’는 이유로 신상 공개 대상자들의 사이트 차단 요청을 거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달리, 검찰은 제보 내용을 검증하지 않고 공적 인물이 아닌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건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구씨는 “제보를 받을 때 법원 판결문과 양육비 지급조서 등 공적문서를 반드시 확인한다”며 “신상공개로 지금까지 101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10명 중 8명 양육비 못 받지만 법안논의 ‘지지부진’

논란과 별개로 이혼으로 한부모가 된 가정의 양육비 미수령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가족 가구주 2500명을 조사해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양육비를 못 받은 사례는 78.8%로 집계됐다. ‘한 번도 받은 적 없다’가 73.1%, ‘최근에 받지 못한다’가 5.7%였다.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미지급시 민·형사상 등의 벌칙을 가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6건이나 발의돼 있다. 국가의 양육비 대신지급제를 비롯해 미지급자 신상 공개와 출국금지, 운전면허 제한, 아동학대 혐의 형사처벌 등 다양하다.

주요 선진국에선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한 뒤 미지급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세금으로 양육비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예산 문제와 일부 반대여론 등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출국금지와 운전면허 제한 등의 방안도 소관 부처에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회 파행으로 국회에 계류된 양육비 지급 관련 법안들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는 실정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상공개는 현행법 위반이란 의견과 아이들 생존권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법제화를 통해 공개하도록 제도화 하면 문제가 안 되지만 지금은 법적 근거가 없으니 명예훼손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는 “미지급자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양육자뿐 아니라 아이의 피해는 더 크다”며 “명예훼손 고소를 감수하면서도 신상공개 활동에 나선 이유”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결국 법적으로 양육비 지급 의무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미지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