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이 믿었던 증권사 TRS계약, 유동성 대란 '밑단'

47개 운용사, TRS계약 규모 3.2조
TRS계약 증거금율 100%로 강화..`레버리지 끊겨`
  • 등록 2019-10-17 오전 2:30:00

    수정 2019-10-17 오후 4:15:28

[이데일리 최정희 김윤지 전재욱 기자] ‘TRS(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 계약만 믿고 있었는데…’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최대 1조3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증권사와 운용사간 TRS계약이 도마에 올랐다. TRS 거래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했는데 라임의 펀드에 의혹이 발생하자 증권사가 TRS 거래를 끊으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TRS 거래가 불법은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헤지펀드의 과도한 레버리지는 일정부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TRS계약 대체 뭐길래..“롤오버 믿고 개방형 구조 짰다?”

라임이 사모사채,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심지어 환매가 중단된 북미, 남미 펀드 등 유동성이 없는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언제든 자금 유출입이 가능한 개방형으로 펀드를 설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TRS 거래’가 꼽힌다. 라임 관계자는 “나중에 자금이 필요하면 TRS 자금으로 환매 대응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방형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TRS계약을 통해선 직접적으로 자금이 유입되진 않으나 레버리지(차입)를 통해 자산 유동화가 수월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출처: 금융감독원 등)


TRS계약은 증권사가 운용사를 대신해 주식, 채권, 메자닌 등의 자산을 매입하고 그 댓가로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이때 운용사는 증거금율에 따라 적은 돈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규모가 큰 자산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여윳돈으로 유동화가 쉬운 자산 편입이 가능하다. 예컨대 100억원의 CB를 펀드에 편입하려면 100억원의 자금을 모아야 하지만 TRS계약이 증거금율 50%라면 50억원만 담보로 제공하면 두 배인 100억원 어치를 담을 수 있게 된다. 나머지 50억원으론 CB 외 유동화가 쉬운 자산 매입 등으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TRS계약을 통해 환매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이유로 추정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TRS계약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유동성 자산을 확보, 환매에 대응하는 방식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낮은 자산이라도 증권사가 LP(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해주니까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TRS계약은 증권사가 자산을 대신 매입해줄 뿐 메자닌으로부터 받은 이자를 비롯해 평가손익 등은 모두 운용사가 지기 때문에 이익이 날 경우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또 CB를 분산, 펀드별로 편입하는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어 운용사로서는 일정 부분의 수수료만 부담하면 레버리지를 통한 유동성 확보, 수익률 제고, 펀드 자산 편입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TRS는 계약별로 만기, 수수료, 디폴트시 담보 제공 등의 구조가 모두 다르나 만기가 종료되더라도 만기 연장(롤오버)이 계속되면서 자금 융통이 계속될 것이라 믿었던 게 라임의 패착이었다. 7월부터 라임 관련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롤오버가 막혔다. 라임은 간담회에서 “레버리지를 통해 현금화하고 고객에게 환매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생기면서 레버리지가 막히고 과거에 썼던 레버리지까지 회수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분기까지만 해도 증거금율이 30%밖에 안 돼 두 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쓸 수 있었는데 라임 사태 이후로는 100%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레버리지로 자산을 매입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도 “TRS계약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차원에서 계속해서 줄여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규제 필요성 vs “레버리지 정작 필요할 때 못 써”

금융투자업계에선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면서 TRS계약만 믿고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게 펀드 구조를 짠 것이 유동성 관리 실패로 이어졌다고 비판한다. 더구나 이자율이 높은 반면 투기 등급의 CB 등을 편입하면서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을 편입한 것도 환매 대응을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아무리 LP 등의 역할을 하더라도 (사모사채, 메자닌 등을 받아줄) 장외시장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라임이 투자한 1조원을 융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임측에선 현 시장은 유동성이 가장 필요할 때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호소한다. 라임측은 “헤지펀드는 400%까지 레버리지를 쓸 수 있는데 가장 필요할 때 레버리지를 못 쓰는데 레버리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라임은 국내 증권사의 외면으로 해외 자산운용사와 자산유동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라임만 이런 구조를 취한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3월말 기준 47개 운용사가 3조2000억원 규모로 증권사와 TRS계약을 맺고 있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통해 판매되는 헤지펀드 34조7000억원의 약 10%에 가까운 규모다. 다른 펀드에서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헤지펀드의 유동성 규제 필요성을 제기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은 펀드 자산의 약 20%를 유동성 자산으로 편입토록 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예로 들며 “유동성이 낮은 기초 자산을 편입시킨 사모펀드를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으로 판매한다면 이에 따른 유동성 규제나 감독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펀드 매니저의 유동성 관리가 우선이지만 그 수준이 적정한지 당국에서 사후 검토를 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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