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사진) 주(駐)베트남 대사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경제의 성장세를 봐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베트남의 현재 국내총생산(2017년 기준 2238억 달러)은 한국이 저금리·저유가·저달러 등 이른바 ‘3저 호황’에 힘입어 고속 성장했던 1989년(2436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시기 우리나라가 국내 승용차 누적 생산량 100만대를 돌파하며 ‘마이카 시대’를 여는 등 내수 시장이 폭발한 것처럼 빠르게 커지는 베트남 소비 시장이 한국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 중 김 대사는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베트남 최대 기업 빈그룹의 팜 니얏트 보홍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꺼내 보였다. “빈그룹 회장과도 러시아어로 직접 대화하며 빈그룹의 유통기업에 한국 제품 공급망을 만드는 등 양국 간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의도 직접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의 민간 부문 교류 확대도 그의 주요 관심사다. 법무부가 지난해 말 베트남 대도시인 하노이·호찌민·다낭 주민을 유효기간 5년짜리 단기 방문(C-3) 복수 비자 발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도 김 대사의 공이 컸다. 복수 비자는 한 번 비자를 발급받으면 일정 기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비자로, 세 도시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민은 앞으로 한 번 비자를 받으면 5년간 추가 심사 없이 언제라도 최장 30일씩 한국을 다녀갈 수 있다.
지난달 하노이에서 개최한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은 교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대사는 “미국과 옛 소련도 1986년 정상 회담에서는 핵무기 폐기 합의에 실패했지만 이후 실무 협상을 계속해 1년 뒤 폐기 협정을 맺었다”면서 “이번 실패가 레거시(유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외교 협상이 잘 진행돼 남과 북, 베트남이 공동으로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우리로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 시장을 2개나 갖게 되는 셈”이라며 “수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생존이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