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트럼프 '車관세폭탄' 결정 11월로 미룰 듯…왜?

EU.日과의 무역협상에 '지렛대' 활용 가능성
"美업계도 악영향" 업계+의회 '반발' 고려
무역전선 中으로 단일화…뉴욕증시 신경쓴 듯
韓업계도 '한숨' 돌렸다…"면제" 지속 타진
  • 등록 2019-05-16 오전 5:07:14

    수정 2019-05-16 오전 9:50:29

사진=A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가 수입자동차와 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최장 6개월까지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15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따라서 최종 결정은 오는 11월로 미뤄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일본과의 양자 무역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복안으로 읽힌다. 중국과의 ‘관세 전면전’이 한층 격화한 상황이어서 트럼프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은 일단 더는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선을 중국으로 단일화하기로 한 셈이어서 미·중 무역갈등은 한층 더 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EU와의 무역협상 지렛대 활용…농축산물 겨냥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EU에 수출하는 미국 자동차에 10%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미국이 수입하는 EU 차량에 대한 관세는 2.5%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 및 차 부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인지 여부를 검토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보고서를 받은 지 90일째인 오는 18일 최종 관세부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날 미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 시한인 18일 ‘180일 연장’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EU·일본의 ‘결정 연기’ 촉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EU·일본 측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 결정을 연기한다면 (무역) 합의는 매우 빨라질 수 있다”며 미국 측을 회유해왔다.

사실 미국의 주요 타깃은 EU다. 양측은 최근 무역협상에 재개했지만, 협상은 순조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EU에 공산품의 관세 철폐와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뿐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 민감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 확대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의 데이비드 허너 이사는 이날 “트럼프에게 자동차 관세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 수 있다”며 “현재 농축산물 관련해 더 큰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계획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업계에 이어 의회의 ‘반대’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GMㆍ포드ㆍ피아트크라이슬러(FCA)등 대부분의 미국 완성차 업체들조차 상당수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고율 관세부과는 미국 자동차 업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하원 의원 159명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자동차 관세가 미국 경제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진=AFP
◇무역전쟁 전선 中으로 단일화…美증시도 고려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면서 뉴욕은 물론, 글로벌 증시 전체가 요동치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전쟁의 우려를 다소 진정시키겠다는 포석도 깔렸다. 만약 미국 측이 유럽산 자동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면 EU 측도 보복에 나설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블룸버그TV에 “우리는 이미 (보복 관세가 부과될) 미국산 수입품 목록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공식 발표 땐 우리도 (보복 관세) 리스트를 곧바로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EU는 이미 보복 관세를 부과할 200억유로(26조6780억원)에 달하는 미국산 물품을 공개한 상황이다.

미국 측의 결정은 뒤집어보면 화력을 중국에 집중하겠다는 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 향후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조만간 중국 베이징에서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중 시점에 대해선 여전히 입을 다물었지만, 이르면 내주 ‘고위급 무역협상’이 베이징에서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양국 모두 관세 강펀치를 주고받으면서도 실제 관세 발표까지 2~3주라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둔 상태이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4일) 아직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검토를 재차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 눈길이 쏠리는 배경이다

중국과의 ‘관세 전면전’ 이후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뉴욕증시의 눈치를 봤을 수도 있다. 이날 부진한 소비·산업생산 지표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연기’ 소식 이후 단숨에 반전을 도모했고, 결국 115.97포인트(0.45%) 상승 마감했다.

◇韓, 일단 한숨 돌려…“관세 면제” 계속 타진할 듯

트럼프발(發) 자동차 관세의 타깃은 EU지만,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도 한숨을 돌릴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만약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완성차는 물론 부품사에 최대 2조4581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총 생산량도 8% 감소, 고용축소 등의 여파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전문가들도 “관세부과가 현실화한다면 현대차 울산공장, 기아차 광주공장 등은 물론 자동차 산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우려해왔다. 그동안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미국에 보내 ‘한국은 자동차 관세에서 면제돼야 한다’는 줄곧 타진해왔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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