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안 고친 '배짱기업'…공정위, 이행강제금 부과 검토

공정위, 약관법 30년만에 개정 연구용역 진행
약관 개정 없이 버텨도 제재 수준 낮은 현실
공정위 "소비자 피해 줄이는 실효성 확보 필요"
  • 등록 2017-10-09 오전 9:27:37

    수정 2017-10-09 오전 9:27:37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시정하지 않는 기업에 이행강제금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배짱’을 내밀어 약관을 고치지 않을 경우 제재 실효성이 낮아지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약관법 시행 30년을 맞아 민법 등 다른 법령과 정합성을 제고하고 소비자 구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 상 공정위는 시정명령만 내릴 수 있을 뿐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없고, 기업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 외에는 별도의 수단이 없다”면서 “용역을 통해 약관법에도 이행강제금을 도입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행강제금 제도는 위반행위의 시정이 이뤄질 때까지 일정 금액을 계속적으로 부과해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공정거래법에는 △기업결합(M&A) 심사 △동의의결 제도 등에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경쟁제한적인 M&A에 내린 주식 매각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과징금 제재 대신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시한 소비자 피해구제책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가 이행강제금을 물린다. 이행 시점까지 1일 매출액에 일정 비율을 곱한 금액을 부과하기 때문에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공정위가 약관법에도 이행강제금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약관법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한계 때문이다. 공정위는 소비자를 차별하거나 권리를 훼손하는 약관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려 약관을 개선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두차례 경고를 한 뒤 검찰 고발을 할 수 있다. 형사처벌이라는 강력한 수단이긴 하지만, 약관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기소를 하는 경우는 상당히 제한적인데다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일부 벌금을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약관 제재 강도가 낮다는 점을 이용해 약관을 고치지 않고 ‘배짱 영업’을 하더라도 공정위가 추가적인 제재를 할 수단이 없다. 이를테면 공정위는 최근 글로벌 공유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가 약관을 협의한 대로 고치지 않자 검찰에 고발했지만, 별다른 처분이 없거나 제재가 낮을 경우 에어비앤비는 기회비용을 따져 한국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지속적으로 게시할 가능성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소비자 약관때문에 글로벌 약관 전체를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 펴왔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 고발이 사실상 공정위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긴 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면서도 “소송 기간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차라리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며 기업을 압박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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