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니 취득세도 껑충···한푼이 아쉬운 실수요자 "집 살 엄두 안난다"

거래절벽 부추기는 주택 거래세
보유세 올리고 거래세 내리자 제안에도
정부·국회 종부세 증세 입법만 추진
집값 급등에 취득세 부담 더 커져
  • 등록 2018-10-04 오전 4:50:11

    수정 2018-10-04 오전 4:50:11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높이겠다고 하면서 왜 거래세 인하는 논의조차 하지 않나요?”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부가 최근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종부세를 크게 인상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 인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종부세·재산세) 개편의 밑그림을 그린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조세 정의와 형평성을 내세워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거래세는 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양도세 중과로 인한 매물 잠김 현상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집값이 뛰면서 취득세도 크게 늘어난 만큼 거래세 인하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보유세는 높이는데 거래세 인하 논의는 잠잠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종부세 최고세율을 3.2%까지 높여 중과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초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통해 내놓은 종부세 강화안으로는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종부세를 처음으로 도입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의 최고세율보다 0.2%포인트 높이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9·13 대책에 담긴 종부세법 개정안은 이달 정기 국회에서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될 예정이어서 정치권에서는 종부세 강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거래세 인하는 여전히 원칙론 수준에서만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당초 거래세 인하는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총 세수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고 거래세 비중은 높은 구조다. 2015년 기준 총 세수 대비 보유세 비중은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3%) 수준이지만 거래세 비중은 3%로 OECD 평균치인 0.4%에 비해 7배 이상 높다. OECD 국가 중에서도 2위다.

경제 규모에 비해서도 거래세는 과한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거래세 세수 비중은 2015년 기준 1.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1980년만 해도 0.8%였지만 두 배 이상 늘었다. 때문에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 비중을 낮춰 부동산 관련 세금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집값 올라 취득세 껑충…지자체 세수 감소 우려 ‘걸림돌’

하지만 지금은 거래세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부터 논란이다. 부동산 거래세는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말한다. 하지만 양도세가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인 만큼 거래세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엄밀히 거래세가 아니라 소득세라는 시각도 있다. 거래세 인하 대상에 취득세가 먼저 거론되는 배경이다.

특히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취득세 부담도 상당히 커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집값을 일렬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가격)은 8억2975만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8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4월 취득세율 2% 구간인 6억~9억원대로 올라선 후 1년 5개월 동안 38% 올랐다. 강남권 11개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올해 2월 취득세율 3% 구간인 9억원을 돌파했고 지난달 10억원까지 넘어섰다. 매매 시세가 10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살 경우 취득세만 3300만원(취득세율 3.3% 적용) 내야 하는 것이다.

조세 형평성을 위해 취득세를 인하하는 방향은 맞지만 현 상황에서는 지방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시행하기가 녹록지 않다. 사실 지난 9·13 대책에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자체 재정에 대한 우려로 빠졌다는 후문이다. 당시 김태주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지방세목은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손을 보면 지방 재정에 큰 영향을 준다”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취득세 인하는 과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을 때 정부가 썼던 경기 부양 카드여서 9·13 대책으로 가까스로 눌러놓은 서울 집값에 다시 불을 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취득세는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면 1% 수준이라 지자체 세수를 감안할 때 더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주택시장이 과열됐을 때에는 거래세 인하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매물 나오게 하려면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주장도

하지만 거래세인 취득세가 낮아지면 주택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오히려 지방 세수 증대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일부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 전세난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택 매물 잠김에 따른 시장 왜곡 현상을 타개하려면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주택을 처분하고 싶어도 양도세 중과 때문에 매도를 망설이거나 호가를 높게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서울지역 주택 매매 거래량은 4만3174채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줄었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직전인 1분기 수준(5만4000채)은 넘겼지만 2분기에 3만2800채로 뚝 떨어진 이후 일부 회복된 상황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택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수준으로 호가가 하향 조정된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하려면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왜곡된 주택시장을 풀기 위해 조정이 필요한 것은 취득세보다는 양도세”라고 말했다.

다만 양도세 중과를 풀어주거나 인하할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9·13 대책에서도 장기보유특별공제에 실거주 요건을 넣어 양도세 혜택을 축소한 만큼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당장 양도세 구제를 완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투기꾼 배만 불리는 꼴이라는 비난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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