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이 미래다]카트 밀며 장 보고, 편의점서 즉석식품 한끼…한국식 쇼핑, ‘트렌드’ 되다

경제한류 현장 르포 (上)베트남
베트남 쇼핑문화에 새 바람 일으키는 K유통
  • 등록 2019-03-14 오전 6:00:00

    수정 2019-03-14 오전 6:00:00

[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지난 5일 방문한 롯데센터 하노이점. 이곳 지하에 위치한 롯데마트에는 오후 5시부터 퇴근길 직장인들이 모여 장을 보고 있었다. 패션프루트, 파인애플 등 현지 과일부터 한국산 식료품, 잡화를 비롯해 이곳에서 판매되는 품목만 1만 7000여개 상당이다. 입구로 들어서자 흔히 한국에서 쇼핑하는 풍경과 비슷했다.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와 카트가 입구 옆에 마련돼있었고, 음료·과자·냉장식품 등이 카테고리별로 분류돼있었다. 현지인은 물론 한국인 관광객까지 섞여 있었고 수요가 높은 제품의 경우 아예 ‘귀국 인기상품’ 태그가 붙여져 찾기 쉽게 유도했다. 하루 평균 4300명이 찾는 이곳은 전통시장에서의 흥정에 익숙해있던 현지인들에게 새로운 쇼핑 문화 센터로 자리 잡았다. 아들과 장을 보던 흐엉 꾸엔(32)씨는 “시장보다 물건이 깔끔하게 정돈돼있어 안심하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며 “한국산 뷰티(화장품)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마트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롯데센터 하노이점에 위치한 롯데마트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베트남이 국내 유통 기업들의 새로운 소매 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라 중산층의 비중과 가계 소득이 높아지면서 소비 여력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6.7%를 기록했으며 최근 10년 동안 6~7%대에 이르는 폭발적인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2010년 771억달러였던 가계 총지출이 2015년에는 2배인 1315억달러까지 급증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BMI’ 리서치는 향후 5년간 베트남의 가계 총지출액은 연평균 9.2%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산층의 확대로 기능성 화장품과 식품 등 소비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지 소비 트렌드에 맞춘 K뷰티·K푸드 등이 파고들 절호의 기회인 상황.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국내 기업인 롯데쇼핑과 이마트, GS리테일 등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점포 수를 늘리며 베트남 유통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열악한 전통시장은 그만… 외국계 현대식 매장 ‘봇물’

현재 베트남의 최대 유통 채널은 지역 재래시장 및 골목상점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이 마트와 편의점 등 최신식·현대화 유통 채널을 도입하면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베트남에는 △쇼핑몰 150개 △슈퍼마켓 800개 △재래시장 9000개 △편의점 2000개를 비롯해 220만여개의 영세상점이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오는 2020년까지 쇼핑몰 등 하이퍼마켓과 슈퍼마켓 수가 1300여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도시인 하노이와 호찌민시를 중심으로 확대 중인 편의점과 대형 할인마트의 성장성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심수진 코트라 하노이 무역관은 “현지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건, 베트남 소매유통시장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전통 재래시장의 규모 때문”이라면서도 “열악한 위생 및 편의점과 대형 할인마트의 확대로 대도시를 기준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유통시장의 83%는 빈그룹(Vingroup) 등 베트남 현지 기업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7% 상당을 놓고 외국계 기업들이 경쟁 중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주요 외국계 소매유통기업으로는 빅씨(Big C)와 메가마켓(MM Mega Market·이상 태국계)을 비롯해 세븐일레븐(7-eleven), 이온(Aeon·이상 일본계), 숍앤고(Shop & Go·싱가포르) 등이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롯데(롯데마트), 신세계(이마트), GS리테일(GS25) 등이 있다.

롯데센터 하노이점의 롯데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권오석 기자)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3시간 내 배송’ 국내 유통사 현지화 전략은


한국 유통업체에서 가장 먼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건 롯데다. 롯데는 2008년 호찌민에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을 출점한 이후 현재까지 하노이, 다낭, 나트랑 등 1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1호점인 남사이공점은 현지에 진출해있던 기존 대형마트와의 차별화를 위해 면적 6200평(약 2만㎡) 상당의 쇼핑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시설로 구성했다. 롯데마트는 올해만 7개점, 오는 2020년까지는 87개까지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순매출액만 한화 3430억원 상당을 기록, 2015년 이후 연평균 12.3%씩 오르고 있다.

아울러 롯데마트는 온라인 사업인 모바일 쇼핑몰 ‘스피드L’을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공식 오픈한 스피드L은 베트남 대형마트 최초의 모바일몰로, 근거리 배송의 경우 당일 3시간 이내 배송이 가능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하며 고객이상품 배송 날짜와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1주일 정도가 걸리는 기존의 현지 배송 서비스와는 차별화된다는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패션 잡화보다는 식음료나 위락 부분을 중점으로 먼저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현지 재래시장에서 물품을 잘못 구입하는 것보다는 현대화된 쇼핑몰에서의 구매가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이제는 시설, 보안, 안전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롯데마트는 지금까지의 대형점포 형태를 포함해 100~300평 상당의 중형 점포,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 최근 베트남에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미니마트 출점도 고려 중이다.

이외에도 후발주자인 신세계 이마트는 2015년 12월 베트남 호찌민에 첫 점포인 ‘고밥점’을 열었다. 고밥점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이마트 측 설명이다. 우선 300명 상당의 점포 인력 중에서 점장을 비롯한 직원의 95% 이상을 베트남 현지인으로 구성했다. 여기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특성을 반영한 가라오케 코너를 마련했고, 이륜 오토바이 이용률이 80%가 넘는 점을 감안해 1500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했다. 지난해 1~3분기까지 449억원의 매출을 기록, 2018년 총 600억원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상반기 안에는 호찌민에 2호점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2017년 베트남 편의점업계에 진출한 GS25는 김밥과 떡볶이 등 한국식 먹거리와 즉석조리식품을 내세워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대부분의 식사를 음식점에서 해결하거나 포장을 해서 집으로 가져오는 베트남 식문화에 착안해, 매장 안에 시식공간을 마련하고 현지인 입맛을 고려한 즉석식품도 내놨다. 일반 재래시장과는 다르게 세련된 장소에서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 한국 편의점을 찾는 것. 이에 GS25는 호찌민에 2018년 첫 매장을 오픈하는 등 1년 사이 30호점을 새로 열었다. 향후 10년 안에는 2000호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GS25에서 즉석식품을 먹고 있는 베트남 고객들. (사진=GS25)
중국→베트남 ‘기회의 땅’ 기대

전무후무한 경제성장과 젊은 인구를 바탕으로 베트남 내 소매·유통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구매력이 높아지고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하면서 소매시장의 중심이 재래시장에서 현대식 슈퍼마켓과 편의점,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

글로벌 경영컨설팅기업 ‘AT Kearney’(AT커니)에서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소매유통지수 통계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7년 ‘세계 30대 유망 소매시장’ 순위에서 세계 6위에 올랐다. BMI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까지 베트남 유통시장에서 재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줄어드는 반면 현대식 유통망은 35%, 이커머스(온라인) 시장은 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해외 유통기업들은 자본력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진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자국 기업인 빈그룹을 비롯한 중소 규모의 유통업체들은 베트남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파고들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이 그간 비위생적인 공간과 품질 문제로 지적을 받아온 전통적인 식료품점과 전통시장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품 구매 시 편의성과 안전, 위생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접고 나온 롯데마트, 이마트 등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에게 베트남이 진정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는 달리 베트남은 사드 문제 등 정치적인 사안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시장이기에 기업 경영이 보다 수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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