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팩트체크]②석탄화력 취소 강행.."소송 임박"

文 "9기 원점 재검토"..安 "당진에코파워 취소"
이르면 6월부터 중단, 전례 없는 고강도 조치
"허가 받고 수천억 썼는데" 민자8곳 소송 검토
공약 이행 못하고 소송전, 보상 시비 우려
  • 등록 2017-04-17 오전 5:30:00

    수정 2017-06-06 오후 6:30:46

석탄화력 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당진시 석문면에 765kV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안철수 대선후보의 미세먼지 대책에서 박근혜 정부와 가장 대비되는 부분은 석탄화력 발전소 폐지 공약이다. 환경단체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현실화될 경우 전례 없는 고강도 조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임기 내내 업계와 소송전이나 보상 시비로 공약을 못 지키고 논란만 자초할 수 있다.

文 “9기 원점 재검토”..安 “당진에코파워 취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인 9기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관련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HIT관에서 열린 ‘기후변화대응 정책간담회’에서 “당진 에코파워 석탄화력 발전소의 전원개발사업 신규 승인을 취소하겠다”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미착공 석탄발전소 4기를 친환경발전소로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가 지목한 발전소는 신서천 1호기(한국중부발전), 강릉안인 1·2호기(강릉에코파워), 고성하이 1·2호기(고성그린파워), 삼척포스파워 1·2호기(포스코에너지 자회사 포스파워), 당진에코파워 1·2호기(SK가스) 등 9기다. 안 후보가 친환경발전소로 전환 방침을 밝힌 발전소는 삼척포스파워 1·2호기, 당진에코파워 1·2호기다. 신서천 1호기를 제외하면 8기가 민자 발전소다. 산업통상자원부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해당 발전소는 빠르면 2019년, 늦으면 2022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승인 취소 등 폐지 시점은 당장 올해부터다. 산업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연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당진 에코파워는 주형환 산업부 장관의 연내 승인 절차, 삼척포스파워는 6월까지 실시계획 승인·공사계획 인가 절차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안 후보가 당선되면 연내에 발전소 취소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문 후보는 폐지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9기로 폐지 검토 범위를 더 넓혔다. 김기식 정책특보는 브리핑에서 “노후 석탄화력의 조기 폐쇄와 연동해 신규화력 9기를 검토하겠다”며 “줄어드는 발전량을 LNG로 커버할 수 있다면 많은 부분들이 원점 재검토를 통해 중단되거나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가 받고 수천억 썼는데 죽으라?” 소송 검토

(출처=산업통상자원부, 각사 종합)
삼척포스파워 1·2호기, 당진에코파워 1·2호기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주형환)의 건설 승인을 앞두고 있어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각사 종합)
문제는 석탄발전을 폐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재검토 대상에 오른 9기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이미 허가를 내준 것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허가를 받고 건설 중인 석탄화력을 취소·폐지한 전례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허가를 번복하는 문제가 있는데다 발전사·건설사, 관련 중소기업, 투자자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신서천 1호기에는 중부발전·한화건설, 강릉안인 1·2호기는 KB국민은행·삼성물산·한국남동발전, 고성하이 1·2호기는 KDB 인프라·남동발전·SK건설·SK가스, 삼척포스파워 1·2호기는 포스코에너지, 당진에코파워 1·2호기는 SK가스·한국동서발전·산업은행이 지분 투자사나 건설사로 참여했다. 중부발전에 따르면 신서천 1호기의 공정률은 19.25%(3월말 기준)로 10% 넘게 공사가 진척된 상태다. 사업권, 부지매입비, 기초공사 등의 비용으로 발전소 1개당 수천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9개를 당장 폐지하면 이들 업체들이 수조원 가량 손해를 보게 된다.

관련된 업체들은 당혹스런 상황이다. A 업체 관계자는 “1조원 넘는 총 사업비 중에서 이미 3000억원을 투자한 상태”라며 “이제 와서 사업을 접으라고 하면 투자자, 하도급 중소기업 수백 곳,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발끈했다. B 업체 관계자는 “사업권을 따는 데만 2000억원 넘게 쓰고 수년 간 준비해 왔는데 이제 와서 그냥 죽으란 말인가”라며 “대선 후보가 특정업체를 지목한 건 선거 과정의 말실수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C 업체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소송이 불가피하다”며 “LNG로 전환하려면 정부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캠프 측은 강경한 입장이다. 안 후보 측 오정례 전문위원은 통화에서 “이번 대책은 과거 정부의 에너지 적폐 청산의 문제”라며 “행정소송을 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문 캠프 측 김기식 정책특보는 “신규 석탄화력의 폐쇄는 노후 석탄화력의 폐쇄 일정과 연동해서 검토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민간 발전소를 일방 취소할 경우 투자한 개미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며 “깨끗한 공기를 얻는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문재인, 안철수 대선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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