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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휘자 성시연(42)이 2개월 만에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하모닉)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성 지휘자와 경기필하모닉은 오는 23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에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작곡가 윤이상의 대표작과 그가 영감을 얻은 전통음악을 교차 연주로 선보이며 윤이상 음악의 뿌리가 전통음악에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다. 성 지휘자와 경기필하모닉 외에도 국립국악원 정악단·무용단, 현대무용단 아트프로젝트보라 등이 무대를 함께 꾸민다.
13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성 지휘자는 “지난해 경기필하모닉과 베를린에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할 때 해외 언론에서도 윤이상 음악의 뿌리가 무엇인지, 윤이상이 영향을 받은 한국 전통음악은 어떤 것인지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윤이상의 음악과 그 뿌리인 전통음악을 함께 만난다는 좋은 취지의 공연이라 연주자로 반가운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대표작 ‘예악’과 ‘무악’을 연주한다. ‘예악’은 ‘종묘제례악’과 ‘수제천’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곡이다. ‘무악’은 궁중무용 ‘춘앵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국립국악원 정악단·무용단 100여명이 ‘종묘제례악’ ‘수제천’ ‘춘앵전’을 선보이며 윤이상 음악의 뿌리를 함께 살펴본다.
성 지휘자는 “작곡가 윤이상, 한국의 음악, 한국의 정신 세 가지를 조명하는 무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이상의 음악에서 한국의 음악과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 지휘자는 “윤이상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통에 기반을 둔 창작기법과 아이디어 때문”이라면서 “그의 음악에서는 마치 붓으로 그린 듯 한국사람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4년간 경기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활약한 성 지휘자는 올해부터 홀로 활동하고 있다. 성 지휘자는 “어제 경기필하모닉과 리허설을 했는데 잠깐 어디 갔다 온 것처럼 반갑게 연습을 잘 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해외에서 보다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다. 성 지휘자는 “독일과 미국 보스턴·시애틀·로스앤젤레스 등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며 “할 수 있는 한 외국에서 많은 윤이상의 작품을 공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윤이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독창적인 음악 색깔의 뿌리에는 위대한 전통음악이 있다”며 “윤이상의 음악을 통해 전통음악의 위대한 가치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윤이상 음악에 담긴 서양음악에서 들을 수 없는 동양적인 미가 우리 전통음악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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