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높이려 묻지마 채용…체험없는 '체험형 인턴' 2만명

취업률 끌어올리려 인턴 채용 늘려…올해 2만명 달할 듯
코레일 체험인턴 길안내 하고 표발급 돕고.."봉사활동인줄"
“뽑아도 할일 없는데 정부방침 따라 채용 늘린 탓”
머릿수 채우려 이틀 짜리 인턴, 하루 4시간짜리 인턴도 등장
  • 등록 2018-12-11 오전 6:00:00

    수정 2018-12-11 오전 7:50:04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8 삼성(전자계열) 협력사 채용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입장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황현규 기자] “사실 중학생 동생이 지하철 안내 봉사활동을 하는 것과 지금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네요.”

코레일에서 모집한 ‘체험형 인턴’에 합격해 근무하고 있는 김모(28)씨는 역에서 길 안내를 하거나 노인분들 발권을 돕는 일을 주로 한다.

김씨는 “실제로 코레일이라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 지 체험해 볼 기회는 인턴기간이 끝날 때까지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레일은 이번 하반기에 면접전형 없이 서류전형으로만 1000명의 체험형 인턴을 선발했고 이중 900명은 사무영업직으로 뽑았다. 이들은 지난 11월부터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간 근무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무영업직으로 선발한 만큼 사무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객안내 업무 등도 사무영업직 업무로 편재되어 있는 일인 만큼 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체험형 인턴제도는 2008년 기회재정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직무 역량 이해도를 높이고자 도입했다. 채용형과는 달리 재계약 또는 정규직 의무 전환 없이 3~6개월 간 고용해 업무 경험과 조직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목적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취업률 끌어올리려 채용 늘려…올해 2만명 달할 듯

정부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한 체험형 인턴제도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정부가 청년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자리를 급조한 탓에 준비없이 운영돼 취업준비생과 공공기관 양쪽 모두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급급한 일자리 창출이 아닌 실질적으로 청년들의 역량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턴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은 최근 4년간 매년 증가했다. 연도별로 △2015년 9452명 △2016년 9284명 △2017년 1만506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만5561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 자체 선발 인원까지 합하면 올해 체험형 인턴 규모는 2만명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토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23개 기관이 올 10~12월까지 체험형 인턴(2003명)에 채용에 투입헤 예산은 약 46억 원이다.

이를 전체 체험형 인턴 규모인 2만명으로 환산할 시 체험형 인턴에 1년 간 드는 비용은 약 460억에 달한다.

문제는 3개월간이란 짧은 기간동안 운영되다보니 채용하는 공공기관이나 일하는 인턴이나 양측 모두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이다.

올해 지방의 한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했다는 정모(30)씨는 “인턴 업무를 하면서 제대로 된 업무 경험을 한 적은 거의 없다”며 “회의에 들어가 실무 분위기도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인턴이라 회의에 들어올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서럽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모(25·여)씨도 “직원 분들로부터 할 일이 없으니 와서 공부하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돈도 받고 공부도 한다며 남들은 부러워했지만 업무 경험은 전혀 해보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뽑아도 할일 없는데 정부방침 따라 채용 늘린 탓”

인턴을 채용하는 공공기관에는 이같은 불만을 알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확대 방침에 따라 체험형 인턴을 선발 규모를 늘리기는 했지만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돼 있는데 인턴사원만 늘고 있다”며 “체험형 인턴이 회사에 도움이 되지는 않아도 정부 정책이다 보니 뽑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보안 등급이 있는 회의에 참석시키기 어렵고 길어야 3개월 일할 인턴들을 붙잡고 업무를 가르칠수도 없어 놀고있는 인턴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체험형 인턴이 머릿수 채우기로 전락하면서 하루나 이틀짜리 인턴마저 등장했다.

최근 한국전력기술은 근무기간이 2일인 초단기 체험형 인턴 130명을 모집했다가 SNS 등을 통해 비난여론이 일자 공고명을 ‘체험형 인턴’에서 ‘PES(Power Engineering School·1차)’로 바꿨다.

근무 시간을 터무니없이 짧게 잡는 경우도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올해 하반기 체험형 인턴 100명을 모집하면서 하루 근무시간을 4시간으로 제한해 원성을 샀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산, 재정 사업을 활용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을 확대해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이상의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며 “예산 들여 의미 없는 인턴을 만들고 청년들에게 새로운 스펙에 대한 부담을 지우는 것보다 대학과 연계해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에 예산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남부발전 2018년도 하반기 체험형 인턴 채용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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