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북한산의 새 아침을 바라보며

  • 등록 2019-01-04 오전 6:00:00

    수정 2019-01-04 오전 6:00:00

북한산 능선이 아침 햇살에 밝아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된 것은 새해 들어 추가된 개인적인 행복이다. 눈길만 돌리면 서울을 감싼 훤칠한 산악의 기상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줄기에 뻗어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지난 연말 신문사가 서소문으로 사옥을 옮기면서 창문이 북쪽으로 향한 방을 배정받은 덕분에 생긴 변화다.

그렇다고 경치를 바라보는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산의 자태에서 500년 왕조의 도읍을 지켜 온 역사의 무게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성공의 역사였고, 때로는 실패의 역사였다. 산줄기가 완만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막상 계곡에 들어서면 정상에 오르기까지 온갖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사직의 안녕과 번영을 내던지는 지경까지 이른 불행한 역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다시 나라를 찾아 정부를 세운 지도 어언 70년이 지나갔건만 이러한 정치적 궤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취임 초에는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잘 나간다 싶었으나 끝내 제풀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더욱이 직전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전임인 이명박 대통령은 영어의 신세가 돼 버렸다. 새해 아침, 북한산을 바라보며 나라의 운세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그런 까닭이다. 올해는 국민들이 나라 걱정을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소박한 희망이 그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그나마 경제적 발전을 이룬 것은 커다란 위안이다. 어느 한때 사회적으로 안정된 적이 거의 없었건만 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매달린 결과다. 사무실 창문에서 내다보이는 광화문 일대만 해도 번듯한 건물이 별로 없었던 게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40년 전의 기억이다. 회사 사옥이 옮겨온 서대문 지역도 퇴색한 적산건물 주변으로 미나리꽝이 널려 있었을 뿐이다. 곳곳에 대형 건물과 간판들이 줄지어 늘어선 지금 모습에서 그동안 달라진 경제적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더구나 국민소득 3만달러 목표도 달성한 마당이다. 선진국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자부심이 뿌듯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그렇게 밝지는 않다. 나라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비슷하다. 아무리 힘을 낸다고 해도 바라는 만큼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부와 시장의 마찰이 심각하다.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에서 더 나아가 대기업들까지 아우성인데도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날 충만했던 기업인들의 기대와 의욕도 점차 꺾이는 듯한 분위기다. 규제는 여전하고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준다는 칭찬들도 한때의 공치사로 끝나기 십상인 상황에서 스스로 맥이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사 직원들이 모두 고르게 잘사는 사회를 만든다는 명분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런 움직임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감추기 어렵다. 사회적 활력이 자꾸 떨어지는 반면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는 이유가 눈앞의 현실과 무관할 리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3만달러 국민소득을 달성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그 대열에서 탈락한 스페인이나 줄곧 하락 추세를 보이는 이탈리아의 처지가 되지나 않을까 미리부터 염려해야 할 것이다.

다시 눈을 들어 북한산을 바라본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의 진로는 과연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연말에 이를 때쯤이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나가 있을지가 궁금하다. 정치적 리더십이 사회를 올바로 이끌어가기를 바라지만 혹시 그러지 못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황금돼지 해라고 복주머니가 저절로 굴러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산을 향해 정화수라도 떠놓고 두 손 모아 치성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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