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자의 유혹' BBB등급 회사채‥아차하면 시한폭탄

저금리 어느덧 10년째..유동성 넘쳐나
마땅한 투자처 못 찾은 돈, 회사채 ‘기웃’
고금리 유혹..비우량 회사채까지 인기 급증
경기 나빠지면 줄줄이 ‘투기등급’ 가능성
IMF, 최근 미국 유럽 BBB 회사채 경고나서
  • 등록 2019-04-19 오전 7:06:19

    수정 2019-04-19 오전 11:30:44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지분 승계 문제로 관심이 높은 한진칼은 이달 말께 700억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한진칼의 신용등급은 ‘BBB’다. 두단계만 떨어져도 투기등급인 아슬아슬한 등급이다. 그만큼 투자 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수요가 넘친다. 지난해 한진칼이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했을 때 4배가 넘는 2300억원이 몰렸다.

BBB등급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BBB등급 회사채 덕에 채권시장이 들썩거릴 정도다. 반면 BBB등급 회사채가 채권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악화하면 회사채 시장이 일시에 경색될 수 있어서다. 투자자들 또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BB 등급 회사채 없어서 못판다

최근 BBB 등급 회사채 발행규모가 커지고 있는 건 그만큼 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로 BBB등급 회사채 시장으로 돈이 몰린다.

한국은행은 2008년 8월 5.25%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1.75%까지 내렸다. 시중금리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4년 초 3%에 육박하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어느새 1.7%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넘친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당연히 금리가 높은 회사채 시장으로 투자자의 눈길이 쏠린다. AAA 등급, AA 등급 등 우량 회사채 수요가 먼저 늘었고, 우량 회사채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하자, 비교적 금리가 높은 BBB 등급 회사채 시장도 덩달아 투자매력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1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AA- 등급 회사채(3년)금리는 지난해 5월 한때 평균 2.9%에 거래됐지만, 최근 2.2%까지 하락했다. BBB- 등급 회사채(3년) 금리는 지난해 9%를 넘나들 때보다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균 8.3%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BBB 등급 회사채에 입맛을 다시는 이유다.

기업입장에서도 금융권 대출금리보나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회사채 발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회사 공급 유인과 투자자들의 수요가 만나 회사채 발행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회사채 시장이 더 활성화되면 기업의 자금조달 경로가 다양해진다.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 ·운영할 여력이 생긴다. 회사채 시장이 발달한 대표적 국가인 미국에서는 회사들이 장기채를 발행하기도 한다.

경기악화시 곧바로 투기등급 추락

문제는 자칫 BBB 등급 회사채가 강등됐을 때다. 과거 전례를 보면 경기악화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비우량 기업 회사채들이 투기등급으로 줄줄이 추락했다. BBB 등급에서 한 단계만 떨어져도 투기등급인 BB 등급이다. 희박한 확률이 아니다. 비우량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던 게 불과 3년여 전이다.

2015년 12월 당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등급이 BBB-에서 BB+로 조정됐다. 당시 조선·해운사는 물론 여타 비우량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조정됐다. 한진해운이 2015~2016년 BBB-에서 D로 수직낙하했고, 현대상선도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동국제강도 A 등급에서 BBB 등급을 거쳐 BB 등급까지 낙하했다. 당시 이들 회사채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채 발행을 크게 하지 않다가 최근 증가했고, 앞으로도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까지 회사의 신용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우려가 높지 않지만, 기업의 신용 강등 문제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전반적으로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IMF, 발행급증 BBB 회사채 경고 나서

BBB 등급 회사채가 급증하는 것이 국내 상황만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먼저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BBB 등급 회사채 급증을 경고했다.

IMF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 BBB 등급 회사채 발행액이 금융위기 이후 4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BBB 등급 회사채의 신규 발행 자체도 늘었고, 높은 등급에서 BBB 등급으로 강등된 경우도 많았다.

노무라에 따르면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BBB 등급 회사채의 발행 비중은 지난 2000년 30%였지만 2018년에는 34%까지 확대됐다. 유럽의 경우 더 극적으로 늘었다. 유럽 회사채 시장에서 BBB 등급 회사채 발행은 2000년 21%에서 지난해 48%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투자신탁회사의 포트폴리오에서 A 등급 이상 회사채 투자비중이 줄어든 반면, BBB 등급 이상 투자비중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투자신탁회사 포트폴리오에서 BBB 등급 이상 투자비중은 2010년 18.1%에서 최근 44.3%까지 커졌다. 유럽의 경우 같은 기간 15.5%에서 46.7%까지 늘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BBB 채권은 경제여건이 악화되면 쉽게 투기등급으로 하락하게 돼 신용리스크가 증가하고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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