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1년 국내 벤처투자업계는 빠른 변화를 겪었다. 작년 신규 벤처투자규모는 11월까지 3조8115억원을 기록해 이미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작년 한해로는 4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벤처투자촉진법은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체제에서 벤처기업의 공정가치 평가 가이드라인도 지난 21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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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내적인 과제에 집중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필요한 내부 시스템과 문화가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아서다. 우선적으로 인력 채용 기준 개선과 협회 교육 기능을 강화한다. 그는 “지난 2005년 이후 투자 규모는 20~30%씩 늘고 있지만 인력은 10%씩 늘어나는데 그쳤다”며 “한 번에 늘리기 쉽지 않은 만큼 출자자(LP)에게 산업계와 증권업계 등의 경력도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회사에서 심사역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기 어려운 만큼 협회차원에서 교육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작년 취임 이후 내부 조직이었던 연수원을 별도 독립기관으로 만들었다. 그는 “별도의 예산과 인력으로 연수원 기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캐피탈과 LP들 사이에서 연동되는 기업자원관리(ERP)도 구축할 계획이다.
회수 시장도 다변화 할 예정이다. 특히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 비중이 평균 한 자리수대로 절대적으로 낮은 만큼 이에 대한 고민도 중장기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벤처캐피탈 회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M&A인데 비중이 너무 작다”며 “협회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통합해서 M&A의 폐쇄성을 유지하면서도 활발하게 유통을 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산업-새로운 산업간 균형 찾아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늘리기 위해서는 규제가 지금보다 유연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유니콘기업을 늘리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라며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하고, 유연한 규제 적용을 통해 대형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은 최근에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 ‘우아한 형제들’을 제외하면 10개다. 전 세계 순위로는 6위다. 정부는 5년 내에 유니콘 기업을 2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회장은 “기존 산업을 보호하는 규제가 좀 더 유연하게 발휘될 필요가 있다”며 “(유연한 규제를 통한)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과의 균형을 찾지 못하면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타다’문제의 결론이 벤처 생태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기존 사업자도 어느 정도 보호하고 새로운 산업도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