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영업맨의 반전..신약개발 총력, 2.5조 기술수출 '결실'

이정희 대표,37년간 영업한 최장수 영업맨 출신
대표 취임이후 신약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점
영업과 마케팅 드라이브 걸것이라는 업계예상 빗나가
지난해부터 올해 기술수출로 2.5조 성과내면서 주목
  • 등록 2019-04-10 오전 6:00:00

    수정 2019-04-10 오전 6:00:00

[이데일리 류성 기자] ‘겉과 속이 다른 인물.’ 국내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의 이정희 사장을 바라보는 제약업계의 시각이다.

유한양행에서 대표적 영업통으로 손꼽히는 이사장이 2015년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업계 예상과는 정반대로 역대 어느 대표보다 신약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에 방점을 두며 회사경영을 하고 있어서다.

이사장은 지난 1978년 입사이후 대표이사로 승진하기 전까지 무려 37년간 영업부서를 지킨 유한양행의 최장수 영업맨출신이다. 병원영업부 부장, 유통사업부 부장, 마케팅홍보담당 상무, 경영관리본부 본부장 등이 그가 거친 주요 이력이다. 그의 전공도 연구개발 분야가 아닌 전형적인 인문학(영남대 영문학과)이다.

그는 맡고있던 전문의약품(ETC) 부문에서는 늘 전국 최고실적을 기록했고 유한락스 등을 판매하는 생활용품 사업부에서도 두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견인하면서 유한양행의 대표 영업맨으로 명성을 날렸다.

제약업계는 이대표의 이같은 이력을 감안, 취임이후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업계의 전망과는 반대의 길을 걸으면서 주목을 받고있다.

“유한에 연구·개발(R&D)라는 DNA를 주입하고 싶다. 이는 제약업의 본질인 신약개발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행과정이자 유한 100년사를 이룩할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신약개발은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가 선행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소명이다.”

이대표는 취임초부터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업계 1위기업으로서 유한양행이 신약개발에 매진하는 대표제약사로 거듭나자며 임직원들을 다독거려왔다. 그가 신약개발에 회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된 데는 한미약품(128940)의 영향이 컸다. 당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매출의10% 이상을 R&D에 투자해 마침내 릴리사에 7억달러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이 일에 자극을 받은 이대표는 “임기동안 미래 성장동력인 R&D에 방점을 두겠다”며 “제약업의 본질인 신약개발만이 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그는 외딴 섬처럼 고립돼 있던 연구소와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매주 수요일마다 경기도 용인의 기흥연구소로 출근해 연구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연구소장부터 일반 연구원들과 일일이 면담하면서 “어떤 후보물질을 도입할지, 해당 기술이 왜 필요한지, 개발 과정에 애로사항이 없는지” 등을 묻곤한다.

유한양행은 이 대표 취임하기 전에는 “주인없는 회사여서 신약개발은 등한시하고 자체 개발한 약대신 외국제약사들의 약을 팔아 덩치를 키우는 ‘땅집고 헤엄치기식’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비아냥을 경쟁사들로부터 듣곤했다. 실제 이대표가 취임한 첫해만 하더라도 유한양행이 외국계 제약사등 타회사의 약을 팔아 거두는 상품매출 비중은 전체의 62%에 달할 정도로 업계 최고수준이었다.

이사장이 대표를 맡은이후 연구개발을 통한 자력갱생에 주력한 결과 상품매출 비중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55%선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 추세대로 가면 앞으로 2~3년내 자체 약품 매출비중이 상품매출 비중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유한양행은 2011년 상품매출 비중이 50%대를 넘어선 이후 한해도 그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유한양행이 내놓은 조직개편안에도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이대표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 개편안은 경영관리본부 내 글로벌전략부문을 신설하고, 연구·개발(R&D) 본부를 신설해 중앙연구소와 개발부문으로 나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가 회사역량을 집중하며 추진해온 연구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취임 3년만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으면서 그의 경영방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7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를 시작으로 11월 폐암치료제, 올해 1월 비알콜성지방간염 신약후보물질 등을 기술수출해 모두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결실에 더욱 확신을 갖게된 이대표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명실상부한 R&D 중심의 기업으로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굳건히 성장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하기도 했다.

특히 이대표가 신약개발을 위해 적극 활용하는 전략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오픈 이노베이션은 신약 기술력이나 파이프라인이 단단한 외부업체와 지분투자등을 통해 손을 잡고 공동으로 신약개발에 나서는 경영기법이다.

이 대표 취임이후 4년간 오픈 이노베이션에 쏟아부은 투자금만 1200억원을 넘어섰다.취임 첫해인 지난 2015년에는 바이오니아 및 제넥신에 각각 100억원과 2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듬해에는 이뮨온시아(117억원), 소렌토 테라퓨틱스(120억원), 제노스코(50억원),네오이뮨테크(35억원) 등 항암제 주력업체들과 혈맹관계를 맺기도했다. 지난해에는 브릿지바이오(20억원), 굳티셀(50억원),이엠텍(20억원)등에 투자를 이어갔다.

이대표 취임이후 신약 파이프라인도 탄탄해지면서 이 분야에서도 조만간 상당한 성과가 예상된다. 실제 취임 전 9개에 그쳤던 신약 파이프라인은 2년여 후인 2017년 말 19개로 늘었고 현재는 27개에 달한다. R&D 투자비용은 2014년 580억원에서 지난해 1105억원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매출 대비 R&D 투자비중도 7.3%에 달한다. 올해는 1500억원 이상을 R&D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매출1위라는 업계를 대표하는 타이틀이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유한이 제약업계를 견인하는 모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만들고 싶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가 그 당시 도입한 혁신적인 경영방식이나 과감한 도전, 진취적인 사고를 회사가 이어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한양행의 영업달인으로 손꼽히는 이정희 대표는 취임초부터 “제약업의 본질인 신약개발만이 기업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며 회사역량을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한양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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