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본 PB의 세계, 입시상담부터 결혼도우미까지

[줌인]입시상담부터 결혼도우미까지…'극한직업' PB
10억 이상 자산가들 VIP 대접…'개인 집사' 역할까지
"거래 규모 커질 수 있으니"…VIP 아니어도 챙길 수밖에
골프 부킹은 기본…고객 캠핑까지 따라나서
자산가 신뢰 쌓기 위한 단순한 영업
  • 등록 2019-09-20 오전 5:40:00

    수정 2019-09-20 오전 9:10:3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가 식재료 심부름까지 도맡았던 것이 알려지면서 PB들의 고객관리 실태에 관심이 쏠린다.

거액 자산가 유치가 치열하다 보니 PB들이 단순히 자산 관리만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개인 집사’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조국 사태를 놓고 담당 PB가 조국 일가의 신뢰가 두터워질 정도로 영업을 잘한 게 아니냐는 평을 할 정도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VIP 아니어도 잠재고객 챙길 수밖에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VIP 관리 대상 기준은 보통 자산 10억원 안팎이다. 많게는 30억원 이상 적게는 5000만원만 되어도 우수고객으로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삼성증권의 우수고객 범위는 평균 예탁자산 기준으로 5000만원(우대), 3억원(Honors), 10억원(Honors Premium), 30억원(SNI Honors)으로 나뉜다.

삼성증권의 우대 등급 고객은 문화공연 티켓 할인 예매 서비스, 여행 할인(3~5%) 서비스, 인터넷 면세점 우대 등을 받을 수 있다. 30억원 이상 고객의 경우는 특급호텔 뷔페 식사권을 비롯해 골프 수행 기사 서비스(2회)와 같은 의전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10억원, 30억원으로 고객 유형을 나누는데 이들은 담당 PB가 제철 먹거리 정기배송까지 해준다. 게다가 VIP 고객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진로 설계, 경제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까지 마련해놨다.

이외에도 증권사마다 자체적인 기준을 세우기도 한다. 일례로 단순히 예탁자산만 30억원을 넣어놨더라도 거래가 없으면 수익이 없는 고객이므로 오히려 연간 1000만원의 수수료를 내는 고객에게는 VIP 대접을 하기도 한다. 일부 증권사는 연간 수수료 1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등 수익 기여도 기준으로 고객 등급을 나눠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VIP 기준을 정해놨더라도 향후 거래 규모가 커질 수 있는 잠재고객들에게도 VIP 대접을 한다”면서 “회사마다 VIP 선정 기준이 있겠지만 PB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하는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VIP 기준을 수익으로만 따지지 않고 영향력을 보기도 한다”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고객과 성향이 잘 맞고 궁합도 맞아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VIP 고객으로 알려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VIP 자격에 미달한 고객임에도 VIP 이상의 대우를 받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 교수 담당 PB도 검찰 조사에서 VIP 고객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고객 대소사부터 취미 생활까지 공유

증권사 PB들은 자녀 결혼을 비롯한 대소사부터 고객 취미생활까지 챙기면서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 거액 자산가는 “집안 결혼식이 있어서 일부 증권사 PB에게 화환을 비롯한 결혼식에 필요한 용품들을 부탁하기도 했다”며 “지방 결혼식인데도 불구하고 지점장까지 내려와서 식이 마칠 때까지 도와줬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침이나 매뉴얼은 없으나 VIP들이 요청 사항 있을 시에는 최대한 응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강남권의 PB들은 차와 시계를 비롯한 명품들을 공부하고 시가, 와인, 미술품 등도 공부해 고객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급 주택으로 현재 건축 중인 ‘나인원 한남’ 금융센터 PB는 자격조건에 아예 이같은 소양이 포함돼 있다. 대신증권은 문학과 미술, 음악, 와인은 물론이고 슈퍼리치들에게 걸맞은 워킹그룹을 수료해야만 ‘나인원 한남’에 생길 센터에 PB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관리하는 고객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맡긴 고객의 취미가 낚시와 캠핑이었다”며 “주말에 시간을 내 그 고객과 자주 캠핑을 다녔다”고 말했다.

자산가 신뢰 쌓기 위한 영업일뿐

업계에서는 PB들의 고객관리 실태에 관해 신뢰를 쌓기 위한 단순한 영업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관리에 있어서 거액 자산가들은 PB들보다 더욱 잘 아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은 다양한 기관과 거래하고 많은 PB도 상대해 봤기 때문에 조금의 실수도 바로 알아차리므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를 쌓기 위해 자산관리뿐 아니라 취미와 고충 등도 함께 풀어나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소한 심부름까지 시키는 경우도 있었으나 요즘은 그러한 사례는 극히 드물고 이에 PB들이 응하지도 않는다”며 “PB들이 대부분 자발적으로 나서서 VIP들에게 서비스한다”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를 유치하려는 이유에는 증권사 PB들의 성과급과도 직결되기 때문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백억원을 관리하면 개인별로 성과를 측정해 일부를 성과급으로 돌려받는다”며 “이는 PB와 같은 영업직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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