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 해운업계 과당경쟁 땐 공멸..서로 뭉치고, 몸집 키워라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정부 의지 고무적…업계 화답없인 무의될 것"
국내만 14개 선사…자발적 통합 강조
"상호경쟁 줄이고 규모 키워 생존해야"
  • 등록 2018-10-15 오전 5:50:00

    수정 2018-10-15 오전 5:50:00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선주협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번 정부는 과거와 달리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로 해운업계 재건을 위한 구체적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민간 해운사들이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통합의지를 보이며 화답해야 할 때입니다. 원양선사는 ‘글로벌 원 메가 캐리어(Global One Mega Carrier)’, 근해선사는 두·세개의 ‘리즈널 메가 캐리어(Regional Mega Carrier)로 재편돼야 합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선주협회는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다. 업계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협회 부회장이 해운업계의 자성과 자발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작심발언을 한 셈이다. 과당경쟁이 계속 벌어지면 공멸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절박한 진단이다.

한진해운 사태 2년…“몸을 추스리는 시기였다”

2016년 8월31일 세계 7위, 국내 1위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해운업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국내 해운업계 재기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지만, ‘맏형’ 현대상선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해선사들의 경영난은 되레 심화되는 모양새다. 정부의 해운재건 방안이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부회장은 “몸을 추스리는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체화된 정부의 해운 재건 의지 표명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부회장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전 세계 해운업계가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가 가장 부족했던 건 정부의 의지였다”면서 “지금 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점이 아주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폐선보조금으로 8척에 대해 268억원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친환경 선박 전환 지원사업을 위해 47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7월 해양진흥공사 설립하고 현재 유동성이 필요한 선사들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는 지난달 28일 현대상선이 본계약을 체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에 대한 자금 지원 방안도 모색 중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정부는 한국해운연합(KSP)가 주도하고 있는 선사간 자율적 통합을 독려하기 위해 통합 추진시 최대 1000억원, 통합 후 필요시 최대 2000억원까지 지원한다는 안도 제시한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이제 업계 자발적 노력이 구체화될 때라고 지적한다. 그는 “일각에서는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절대 가만히 있었던 시기가 아니었다”며 “정부 노력을 하고 있는데 민간 업계에서 서로 과당경쟁하고 상호 덤핑을 하면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무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선주협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해운업계가 화답할 때…합치고, 몸집 키워라”


민간 해운업계가 정부의 해운재건에 화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가 꼽은 방안은 다름 아닌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통합‘이다. 서로 합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라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국내 선사들은 2개의 원양, 12개의 근해 컨테이너선사가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스스로도 현재 자신들의 규모를 갖고는 더욱 치열해지는 정기 컨테이너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근 장금상선과 흥아해운만이 통합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더 많은 선사들이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전세계 해운업계는 통합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대세다. 김 부회장은 “유럽은 머스크(402만TEU), MSC(325만TEU), CMA-CGM(266만TEU) 등 3개 선사로 통합 정리됐고, 일본은 우리나라 한진해운 사태를 교훈삼아 3개 선사를 1개 선사(ONE, 154만TEU)로 통합했다”며 “중국의 경우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까지 걸쳐 대 단위 통합 과정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현대상선은 41만TEU로 최근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합쳐도 80만TEU 수준이며 SM상선은 12만TEU에 그친다”며 “이 정도 규모를 갖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공공간이 없을 뿐더러 얼라이언스에 끼워주지도 않고 오히려 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사 간 통합 뿐 아니라 유럽 또는 중국계 선사들과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 200만TEU 이상 규모를 갖춘 하나의 글로벌 메가캐리어로 재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규모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수익성 제고에도 긍정적이다. 현재 현대상선조차 올해 2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영업적자 행진을 잇고 있는 점을 들어 김 부회장은 “국내 물동량은 절대 적지 않은 상황으로, 현대상선과 SM상선 모두 수송율은 거의 90%에 육박하지만 문제는 운임이 비용을 밪춰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머스크와 현대상선이 똑같은 운임을 받아도 머스크는 1만8000TEU급, 현대상선은 60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운송한다면 현대상선만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상선이 최근 본계약을 체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운영이 뜻대로 되면 비용을 컨테이너 한 박스당 150~200달러 절약할 수 있다”며 “통합을 통해 선대 규모를 키우고 지속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해야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근해선사 더 심각…자발적 통합 통해 50만TEU 선사 만들자”

근해선사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 근해선사들은 총 12개로, 방콕이나 하노이 서비스에 중복항로 개설이 많다”며 “선사별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각 선사들이 독자적으로 서비스하는 것보다 통합을 통해 항로 역시 통합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중복 서비스되는 항로에서 배 한척만 빼도 연간 200억~300억원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통합을 통한 규모 확대가 답이라고 봤다. 김 부회장은 “국내 근해선사 규모를 모두 합쳐도 28만TEU 수준인데, 이는 해외 대표적 근해선사인 싱가포르 PIL(42만TEU), 대만 완하이(26만TEU), 머스크 자회사인 MCC(21만TEU)에 비해 매우 작다”며 “아세안만 들여다봐도 역내 물동량이 엄청 많은데 국내 근해선사들은 규모가 작다보니 그 시장에 진입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 4월 한국해운연합(KSP) 2단계 구조혁신 합의서가 체결됐으며 장금상선과 흥아해운 외 다른 근해선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율적 통합을 추진해 50만TEU급 이상의 두개 내지 세개의 리즈널 메가캐리어로 압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자료=한국선주협회)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약력

△1955년 서울 출생 △1977년 한국해양대학교 항해학과 학사 졸업 △1983년 한국선주협회 입사 △1991년 스웨덴 세계해사대학 해운항만관리분야 석사 △2008년 울산항만공사 항만위원 △2009년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 △2015년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 선출지원협의회 실무추진위원장 △2016년~현재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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