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든 탑 무너뜨린 이동걸 산은 회장

  • 등록 2018-10-24 오전 6:00:00

    수정 2018-10-2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애당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입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KDB생명에 대해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 도마에 올랐다. 산은은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태생 탓에 굵직한 구조조정에 선발투수로 나서며 오명과 호평을 오가는 신세다. 산은으로선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따라 이를 실행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쏟아지는 질타가 억울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한국GM 연구개발(R&D) 신설법인 설립에 대해 제대로 견제권을 행사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며 그동안 호평 일색이던 이동걸 회장의 구조조정에 제대로 생채기를 냈다.

그러나 산은이 자기 보호를 하는 순간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존재감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의 KDB생명에 대한 발언이 논란이 되는 이유다. 그는 “이유도 모르는 상황에서 산은이 인수했지만 인수 직전 3년 동안 누적적자가 7500억원이었고 이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 KDB생명은 애당초 인수하지 말았어야 할 회사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정책기관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실추시켰다.

한국GM 관련 최근 사태도 생산 시설 철수로 인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볼모로 잡혀 있는데다 주식회사라는 명분으로 대주주의 경영판단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상황에서 핑곗거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산은은 한국GM의 경영이 주주이익을 침해할 경우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

산은은 지난 4월 한국GM의 R&D 법인 분리 의도를 인지했음에도 충분한 문제 제기를 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법인분리가 인력 구조조정과 노조의 생산시설 철수 시나리오가 어떻게 나왔는지 납득가지 않는다는 이 회장의 말처럼 과도한 우려일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비용과 시너지 측면에서 주주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살폈어야 할 사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정책금융기관의 맏형인 산은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 회장의 발언이 그간 쌓아올린 공든 탑(구조조정 성과)을 무너트린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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