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랙리스트 징계' 제대로 매듭지어야

  • 등록 2018-11-13 오전 6:00:00

    수정 2018-11-13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문화예술계가 ‘징계 0명’의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은 문체부의 ‘셀프 면책’이라고 비판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블랙리스트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계속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문화예술계는 지금도 검열과 사찰을 자행했던 문체부와 산하 지원기관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국가적인 범죄로 판명이 난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이들이 잘못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우라는 거다.

문체부가 지난 9월 13일 발표한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은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수사 및 징계를 권고한 131명 중 문체부 공무원 68명에 한해 ‘7명 수사의뢰, 12명 주의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징계는 0명에 불과했다. 문화예술계는 문체부가 자기 식구 지키기에 급급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결정을 ‘블랙리스트 시인’ 도종환 장관이 내렸다는 점에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

당시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은 자문 의견으로 법적 검토를 거쳐야 했다”고 해명했다. 징계를 받은 직원이 법적 소송에 나설 수 있음을 감안해 내린 결과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문체부의 해명은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문화예술계의 주장의 근거가 됐다. 책임규명 이행계획 발표 과정도 문화예술계와의 공감대 형성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져 불만을 키웠다. 이번 재검토 결정은 잘못된 과정을 바로 잡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문체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과 남북 문화교류 등으로 바쁘게 달려왔다. 문화예술계를 위한 정책 활동은 아직 미진하다는 평가다. 문화예술계와의 신뢰 관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다면 지난 5월 문체부가 발표한 새 정부의 문화정책 ‘문화비전 2030’ 또한 공염불이 될 확률이 크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과거의 문제부터 제대로 매듭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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