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보다 싼 美 태양광 넘쳐..文정부 너무 늦었다”

[인터뷰]양성훈 베이츠화이트 수석 컨설턴트
문재인정부 에너지전환정책 골자 만든 전문가
“신재생 에너지 전환=일자리 창출=산업 정책”
“한전 독점 풀고, 새만금에 4차 산업 결합해야”
  • 등록 2018-11-19 오전 5:00:00

    수정 2018-11-19 오전 5:00:00

베이츠화이트 양성훈 수석 컨설턴트(Spencer Yang Principal). △1968년생 △컬럼비아대 입자물리학 석·박사 △캘리포니아 공대 수석 연구원 △스탠퍼드대 방문교수 △문재인캠프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태양과바람의 분과’ 공동의장.
[워싱턴=이데일리 최훈길 기자]“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보면 원전은 더이상 신재생과 경쟁이 안 됩니다. 캘리포니아에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이 크게 늘었고 가격도 엄청나게 저렴해졌습니다. 태양광·풍력을 확대하면서 일자리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여러 저항에 부딪혀 신재생 확대 속도가 당초 계획보다 주춤해졌습니다. 미국을 보면 문재인정부의 신재생 정책이 너무 늦었습니다.”

미국의 경제분석 컨설팅 업체인 베이츠화이트(Bates White)의 양성훈 수석 컨설턴트는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아쉽다”며 이같이 촌평했다. 그는 문재인캠프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태양과바람의 분과’ 공동의장을 맡아, 문재인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의 골자를 짰다. 당시 공동의장이었던 백운규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맡았고, 양 컨설턴트는 워싱턴에 남아 신재생 후속 연구에 매진해 왔다.

“美처럼 신재생 키우려면 정치적 의지 필요”

양 컨설턴트는 지난 13일(워싱턴 현지 시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에서 신재생 가격·공급 관련해 세 가지 중요한 흐름이 있다”며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첫째, 5년 전부터 기존 태양광·풍력의 경제성이 새롭게 짓는 가스·석탄·원자력 발전보다 좋아졌다. 둘째, 2년 전부터는 새롭게 짓는 신재생 발전소의 비용이 가동 중인 가스·석탄·원자력 발전보다 저렴해졌다”고 전했다. 이제는 가스·석탄·원자력 발전보단 태양광·풍력을 설치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셈이다.

이어 그는 “셋째, 작년부터는 미국에 태양광과 ESS(에너지저장장치)가 결합한 신재생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태양광·풍력의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들쑥날쑥 했는데, ESS를 통해 에너지를 미리 저장해 놓고 나중에 쓸 수 있게 됐다. 태양광·풍력을 기저부하처럼 안정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저부하를 원전·석탄발전에 의존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신재생의 치명적 약점인 가격, 공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발전소 발전량 비율을 에너지원별로 분류한 것이다. 신재생 발전 비율은 태양광 11.79%, 풍력 6.24%, 지열 5.69%, 소수력 3.11%, 바이오매스 2.82%를 더한 것이다. 미국은 값싸고 풍부한 셰일 가스가 많아 LNG 발전 비중이 높다. 위 발전량은 캘리포니아 밖에서 수입해온 전력(8만5703Gwh)은 제외한 규모다. 단위=%, GWh.[출처=캘리포니아 에너지 규제위원회(California Energy Commission·CEC)]
지난해 한국의 발전소 발전량 비율을 에너지원별로 분류한 것이다. 한국은 석탄 화력, 원자력의 발전 비중이 LNG, 신재생, 수력보다 많다. 단위=%, GWh.[출처=한전 전력통계속보 2018년 9월호]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이 같은 정책으로 대표적인 친환경 도시가 됐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규제위원회(CEC)에 따르면, 인구 3800만명이 넘는 캘리포니아의 발전소 중 신재생 발전량이 29.65%(이하 작년 기준), 수력이 17.89%를 차지했다. 이는 원전(8.69%), 석탄화력(0.15%)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캘리포니아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클린 에너지(신재생+수력+원전) 비율을 2030년까지 60%, 2045년까지 100%로 올리기로 했다. 신재생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로 한 한국과 격차가 있는 목표다.

양 컨설턴트는 ‘한국이 캘리포니아처럼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에선 신재생 가격이 비싸고 잘못하면 태양광 부지의 땅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신재생을 시대적 추세로 보고 키우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ITC(투자세액 공제)를 비롯한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로 신재생을 키웠다”며 “재생에너지 메카인 독일은 관련 산업이 발달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좋아졌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독일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美 일자리 창출 1등 공신, 태양광·풍력”

양 컨설턴트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성윤모 산업부 장관 등 문재인정부 2기 경제팀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일자리를 늘리는 게 태양광과 풍력”이라며 “에너지 전환이 바로 산업정책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에너지 전환, 4차 산업혁명으로 가기 위해선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시장을 개방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 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양 컨설턴트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새만금 프로젝트에 대해선 “정부가 강력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추진하지 않으면 과거처럼 새만금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생에너지에다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등 4차 산업혁명을 결합하는 모델로 갔으면 한다. 이런 노하우가 많은 네덜란드의 성공 사례를 새만금에 접목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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