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직무급 도입 파장…기재부 "공무원도 적용" Vs 인사처 "업무 달라"

기재부 “인건비 부담, 공무원도 폐지해야”
인사처 “공무원과 공공기관 특성은 달라”
공무원 17.4만명 증원, 임금개혁 논의 촉발
  • 등록 2018-12-27 오전 6:30:00

    수정 2018-12-28 오전 6:11:09

공무원 호봉제 폐지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서종 인사혁신처장 모습.[연합뉴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공무원 호봉제 폐지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가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공무원도 호봉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공무원 인사제도를 총괄하는 인사처는 보수체계의 특수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이 추진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임금개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공무원도 호봉제 폐지해야”

기재부는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호봉제 폐지·직무급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래 세대·사회가 호봉제로 인한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공공·민간이 함께 호봉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공무원→민간’ 순서로 호봉제 폐지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임금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임금정보 및 직무분석·평가 인프라 확충(내년 1월) △컨설팅·교육(1분기)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 매뉴얼 마련(상반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공직사회 호봉제 폐지에 적극적인 이유는 인건비 문제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인건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공무원은 104만8831명(정원 기준·지자체 31만6853명 포함)으로 공공기관(31만2320명)보다 3배 이상 많다.

올해 공무원 평균 연봉은 6264만원이다. 대선 공약에 따라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이 증원된다. 국회예산예정처는 “17만4000명을 증원하면 향후 30년간 327조7847억원의 인건비(9급 기준·공무원연금 부담액 제외)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인사처 “공무원, 공공기관과 달라”…호봉제 폐지 난색

인사처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황서종 인사처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직무급제 도입’ 관련한 질문을 받자 “업무보고를 받아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을 업무보고에 넣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공무원 호봉제를 폐지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인사처는 공무원 호봉제 폐지가 불가능한 이유로 3가지를 든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업무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소관 법률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과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으로 다르다. 공무원은 직종별로 11개 봉급표(일반직·공안직·연구직·경찰직·교원·군인 등)로 분류돼, 공공기관보다 근무 형태가 복잡하다. 직급별 근무연한도 다르다.

성과연봉제 등 보수체계도 다르다. 현재 공무원 5급(사무관) 이상은 연봉제, 6급 이하는 호봉제 적용을 받고 있다. 반면 공공기관은 대체적으로 간부급인 2급 이상만 성과연봉제가 적용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4급 이상 일반 직원까지 성과연봉제가 확대 도입했지만, 노사 갈등이 심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대다수 공공기관이 호봉제로 되돌아갔다.

호봉제 폐지는 노조 반발이 불보듯 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보수체계를 개편하려면 노사 합의가 필수적”이라며 “노조가 호봉제 폐지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공직사회 호봉제 폐지는 시간문제일 뿐”

기재부와 인사처 입장이 현재는 평행선이지만 합일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인사처는 2016년 12월 ‘직무와 성과 중심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방안’을 내놓고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성과연봉제가 4급에서 5급으로 확대됐고 경찰·소방 등 특정직에도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 당시 황서종 인사처 차장은 “직무나 직책을 기준으로 보수를 결정하고 차등하는 방향으로 보수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공무원 직무의 특수성이 존재하지만 호봉제 폐지는 결국 시간 문제”라며 “성과와 직무 기준으로, 공무원의 특수성을 감안한 직무급제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공무원이 승진을 못해도 버티기만 하면 매년 임금이 올라간다”며 “단계적으로 공무원도 호봉제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평균 연봉이 매년 늘면서 올해 6264만원에 달했다. 괄호안 금액은 ‘기준 소득월액 평균’으로 세전 월급액을 뜻한다. [출처=인사혁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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