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계획이 장난이냐" 결정 뒤엎은 박원순에 뿔난 '세운상가' 토지주

'을지면옥' 철거 논란에 朴 "전면 재검토"
이주 마치고 철거까지 한 상가들도 수두룩
토지주 망연자실..21일 박시장에 탄원서 제출
  • 등록 2019-01-20 오전 7:15:55

    수정 2019-01-20 오후 6:30:50

서울시 중구 입정동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의 모습. 사진=경계영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6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건 조건이 불리해도 얼른 개발했으면 하는 마음에 다 찬성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뭡니까, 개발계획이 장난도 아니고, (서울시가) 사업승인까지 다 해놓고선 이제와서 전면 재검토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18일 오후 들른 ‘을지면옥’을 비롯한 노포 철거 논란이 불거진 서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내 3-1·4·5구역은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3구역 한 켠에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에 모인 토지 소유자 10여명은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장의 말 한마디에 개발계획 방침이 바뀌면서다.

1980년대 초 이 지역에서 장사하며 가게를 마련한 홍모(80·남)씨는 이같이 토로하며 “시에서 하라는 대로 따랐는데 이제와서 또 계획을 바꾸는게 말이되냐”며 “법대로만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중구 입정동 일대 세운재정비촉진구역 3-1·4·5구역은 지난해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고 세입자 등과의 보상을 마쳐 현재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계영 기자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수정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지금의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6년 세운상가를 허물어 공원과 100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무산됐다.

정체되던 계획은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후인 2014년 세운상가와 그 일대를 최고 27층 높이의 아파트와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갖춘 건물 6개 동을 짓는 안으로 변경됐다. 이 가운데 3구역은 4만6072.3㎡ 크기인 3구역을 10개의 소구역으로 쪼개졌다. 사업비는 1조300억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3구역을 포함한 세운상가 일대를 창의제조산업을 중심으로 한 ‘메이커 시티’(maker city)로 만들겠다며 ‘2020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계획에 따라 청계천과 맞닿아있는 3-1·4·5구역이 지난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1단계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토지 소유자는 물론 세입자와의 이주·보상 합의가 끝난 상태였다. 올해 하반기부터 3-2·6·7구역의 이주·철거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평양냉면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과 함께 안성집·양미옥·조선옥 등 여러 노포 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박 시장은 지난 16일 간담회에서 “(공구상가와 노포를 보존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대안을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노포 등) 부분을 보존·유지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대안이 마련됐더라도 세운3구역이 법적으로 해오던 사항이기에 토지 소유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의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토지 소유주 평균 50㎡ 보유…“내가 죽기 전에 개발될지 모르겠다”

한순간에 엎어진 계획에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사업시행사인 한호건설에 따르면 일부 소유주를 제외하면 3구역 토지 소유주의 평균 보유 면적은 50㎡가량이다. 그만큼 영세한 소(小)지주가 많다는 얘기다. 1983년 처음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래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동안 금융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토지 소유주도 2명이 된다. 일부 부지는 경매시장에도 나와 있다.

토지주 엄모(79·남)씨는 “보상비를 받은 세입자가 이미 이주해 (보유한 토지에서) 나올 세도 없고 세금만 나온다”며 “죽기 전에 개발돼 완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소유주 A씨는 “도로변에 맞닿은 구역을 제외하면 이미 슬럼화한 데다 기름으로 터가 오염돼있고, 불법 증·개축으로 노후화했다”며 “개발되지 않더라도 성수동 카페거리처럼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세운3구역에서 콤프레셔 업체를 운영하며 추진위원장까지 지냈던 김모씨는 “서울시만 믿고 여태껏 사업을 진행해왔던 우리는 대체 뭐가 되는 것이냐”며 “이미 임차인을 내보내고 보상해줬는데, 하루아침에 (개발을)보류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게 된 원인이었던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과 세운3구역은 전혀 다르다고 토지주는 주장했다. 공구상가가 활성화한 수표지구는 아직 사업시행인가도 받기 전에 보상 대책도 없이 세입자 이주를 추진한 반면 세운3구역은 대체영업장과 우선분양권을 제공하는 등 이주 합의가 100% 완료됐다. 이들 토지주는 오는 21일 오후 박 시장 면담을 요청하고 탄원서를 낼 예정이다.

서울시 중구 입정동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내 ‘을지면옥’이 위치해있다. 사진=경계영 기자
서울시 중구 입정동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내 철거 논란이 불거진 노포 음식점 ‘안성집’ 간판이 걸려있다. 사진=경계영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녀 골퍼' 이세희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