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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타케시 스팍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9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주식을 담은 펀드를 서로의 나라에 출시해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며 경영목표를 이같이 제시했다. 스팍스자산운용은 일본 스팍스금융그룹 자회사로 한국에 진출해 있다. 1999년 6월 설립한 코스모투자자문이 전신이다. 2015년부터 현재의 상호로 영업하고 있다.
스즈키 대표의 목표에는 변변찮은 회사 실적에 대한 자기반성이 담겨 있다. 운용 규모로 보면, 현재 고객이 이 운용사에 맡긴 자산(AUM 기준)은 1761억원(지난 18일 기준)이다. 자산운용업계에 1조원 넘는 공룡 펀드도 있는 마당에, 한 운용사가 굴리는 전체 규모로 보면 초라한 수준이다. 운용액이 적으니 이익을 내기도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분기 기준으로 11억원 손실이 났다. 회사가 잘 나갈 때도 있었다. 운용규모는 최대 2조5310억원(2015년만 2월17일 기준)에 이르기도 했다. 이후 국민연금이 돈줄을 끊었고, 회사는 내리막을 걸었다.
이렇게 사세가 기울면서 한때 ‘한국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지분을 투자했던 롯데가 지난해 발을 뺀 것은 결정타였다. 롯데가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융사 지분을 정리했고, 롯데손보와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스팍스자산운용 지분을 처분했던 것이다. 스팍스그룹도 한국을 떠나지 않겠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절치부심한 그는 올해를 한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힐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 증시를 밝게 전망하기 때문에 잠자코 있을 수도 없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물결을 높게 평가했다. 스즈키 대표는 “스팍스그룹은 5년 전 일본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빠르게 도입한 적 있다”며 “우리 투자 전략을 어떻게 반영시킬지를 고려해 조만간 한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사회 고령화는 투자 확대으로 이어지고, 증시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스즈키 대표는 “국민연금이 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 국민의 노후를 대비하려면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이 기업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증시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변화가 일어나는 곳에는 기회가 있다”며 “북한과 관련한 기회도 발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는 기회를 잡기 위해 땅을 다지고 있다. 우선 일본 자금을 끌어와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계획이다. 작년 11월 일본에서 출시한 ‘스팍스한국주펀드’는 첫 단추다. 펀드는 한국 증시에 상장한 2000여개 종목 가운데 저성장 종목에 투자한다. 스즈키 대표는 “일본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우리 펀드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거꾸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펀드는 사모 방식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분석하는 것이 스팍스자산운용 강점이라고 했다. 스즈키 대표는 “일본 스팍스그룹과 함께 리서치를 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 상황을 종합해서 분석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일본 도요타나 혼다의 분석이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한국 현대차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과거 한국보다 먼저 고령 사회를 겪은 일본 경험을 요긴한 투자 노하우로 꼽았다.
일본 게이오대학 이공학부를 졸업하고 1994년 노무라증권에 입사했다. 1999년 스팍스자산운용그룹으로 옮긴 후 런던지사 대표(2007~2008)를 거쳐 현재 홍콩지사 대표(2014년)와 한국지사 대표(2016년)를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