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출장비 꼼수`…지방분권 외치며 공무원 부정 눈감은 지자체

1시간도 4시간이상·사무실만 나가도…출장비 백태
공무원노조 “공무원 현실 못 보고 세금도둑 몰아”
행안부 “자치사무에 끼어들기 어려워…모니터링중”
전문가 “지방분권 성공위해서라도 제도개선 해야”
  • 등록 2019-06-26 오전 6:17:00

    수정 2019-06-26 오전 7:45:07

자료=정보공개청구 분석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대전시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지난해 9월3일 오후 1시부터 5시40분까지 4시간40분 가량 출장을 다녀왔다. 동시에 같은 날 오후 1시42분부터 4시30분까지 총 8건의 문서를 만들었다. 4시간 이상 출장비 2만원을 챙기기 위해 허위 출장 신고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구청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지난해 출장 신청 건수 중 90% 이상이 4시간 이상이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연간 수백억원 규모의 출장비를 부당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 수년째 지속된 이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정부나 지자체 모두 손을 놓고 있다. 지방공무원의 도덕성 해이가 지방분권을 앞두고 지자체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시간도 4시간 이상·사무실만 나가도 출장…만연한 출장비 백태

지방공무원의 출장비 부당 수령은 사실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현행 공무원 여비 규정 제 18조에는 출장 여행 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2만원을, 4시간 미만이면 1만원을 지급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지자체 공무원들이 4시간 미만 출장을 가고도 4시간 이상으로 신고해 여비를 타낸다는 것. 심지어 출장을 가지 않고도 신고해 여비를 타내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송파구청 공무원의 85%인 1263명이 출장시간을 부풀려 2억 6000여만원의 출장비를 부당하게 수령했다고 적발했다. 경남 김해시에서도 작년 전체 출장내역 중 4시간 이상이 99.81%(34만 5846회)에 달하고 특정 직원들이 출장시간 중 문서를 처리한 기록이 남아 있어 부당 수령 의혹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경남 고성과 의령의 공원 전체가 근무지인 공무원들이 사무실만 나가면 출장을 신청해 수천만원 가량의 여비를 챙겨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의 경우 공무원 여비 업무 처리 기준에 따라 운임과 식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통해 실비로 받아야 하지만 4시간 이상 출장으로 신청해 2만원을 챙겨온 것. 현재 대구와 경북 구미, 문경, 안동, 전남 영암 내 공원 공무원들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심지어 출장을 가지 않고 출장여비를 챙긴 경우도 있다. 여권 발급·재무·예산·세무 등 주로 내근만 하는 부서 공무원들이 주로 이 경우에 속한다. 특히 여권업무의 경우 출장 소요가 거의 없는 단순 창구 업무를 보면서도 일선 현장을 뛰는 다른 부서와 출장비가 차이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 공무원들은 지난해 외교부 여권과로 786회 출장을 다녀왔는데 외교부에서는 이들이 여권과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외교부에서 자체 조사를 벌여 이들에 대한 출장여비를 환수하고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지자체 민원여권과에서 외교부 여권과로 출장을 신청한 내역이 있지만 이에 대해 외교부는 방문 사례가 없다고 답변.(사진=독자 제공)


공무원 노조 “현실 못 보고 세금도둑으로 몰아”…정부 “자치사무에 끼어들기 어려워”

최근 이런 행태의 출장여부 부장 수급이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위법사항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사례까지 나오자 공무원들은 반발에 나섰다. 전국통합공무원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단순히 출장 시간에 PC 접속 기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시출장 공무원을 세금도둑으로 몰고 출장비를 환수하도록 하는 시대착오적인 출장비 보상금 제도에 반대한다”며 “현행 출장제도는 업무현장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지자체는 외부 시선이 두려워 조기에 복귀한 직원에게 PC에 접속하지 마라거나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는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긴급히 처리할 사안에도 출장 중 결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직원들 사이에 만연하다”고 했다. 노조는 또 “공무원의 소극적인 행정, 더딘 업무처리로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국민”이라며 “(정부는) 하루빨리 상시출장 공무원을 세금도둑으로 만드는 출장제도를 개선하고 신고포상금제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출장여비 부정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출장비는 각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에 제도로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출장 여비 문제에 대해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여비에 대한 문제는 자치사무다 보니 법으로 일괄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난해 실태조사도 진행했지만 데이터 상으로만 봤을 때는 크게 잘못됐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조사 결과 위법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조사한 뒤 엄정하게 운영하라고 공문을 내려 보내기도 했다”면서도 “자치사무에 중앙 정부서 법 체계로 제도 개선을 주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지방분권 성공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지방분권을 앞두고 지방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는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출장 여비 부당수령은 결국 허위공문서 작성과 같은 개념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이 문제가 계속 이어지면 지자체 내부 윤리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의 반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장 여비를 개인당이 아니라 지자체 별로 총괄로 줘 여비 자체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고 여기게 하거나 출장 서류를 감사부서와 공람해 내부 견제가 이뤄지게 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특히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지방분권이 성공하려면 지자체가 자체 윤리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지자체 권한을 달라는 요구만큼 역할이나 책임을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내부 통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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