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미국인들의 삶이 부러운 까닭

  • 등록 2014-12-24 오전 6:01:00

    수정 2014-12-24 오전 6:01:00

[강태욱 이노비(EnoB) 대표] 미국에서 어떤 장소를 방문할 때면 “이 건물은 누구누구가 기부했다”거나 “이 기관은 누가 내놓은 자선기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라는 식의 말을 들을 기회가 많이 있다.

일례로 생전 많은 기부 활동을 했던 `석유재벌` 존 록펠러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회사를 경영하던 어느 날, 심각한 경기 침체로 미국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록펠러 센터 건물을 팔아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당시 주위 사람들은 회사가 어려우니 기부금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록펠러 2세는 빌딩을 팔지언정 기부금은 절대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세계 제일의 갑부들이 그 많은 재산 가운데 아주 작은 일부만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 20년 전 미국에 처음 유학을 왔을 때 나는 뉴욕에 있는 코넬대학 의대 부속 병원 응급실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미국의 대학이나 대학원, 특히 의대에 진학하려면 무료 자원 봉사를 하는 것이 필수다. 당시 그 병원에는 자원 봉사자만 따로 관리하는 부서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본인처럼 더 좋은 학교이나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위해 온 학생들로만 구성이 되었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놀라웠던 것은 그 병원에서 일하는 무료 자원 봉사자들의 반 이상이 일반 사회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들은 정말 순수한 자원 봉사를 하기 위해 직장에서 업무를 마치고 봉사하는 혹은 은퇴한 연세 많으신 어른들이었다. 어떤 고령의 할머니는 그 병원에서만 50년 넘게 자원 봉사를 하신다고 했다.

필자가 일하게 된 응급실은 선배 봉사자와 4시간동안 같이 일을 하며 배워야하는 시스템이었다. 지도를 받게 된 분은 나이가 쉰이 넘어 보이는 미국의 중년 여성으로, 12년째 퇴근 후 4시간씩 매주 1회 자원 봉사를 하신단다. 일을 배우고 집이 같은 방향이라 함께 택시에 동승하게 되었는데 이 분의 경우에는 밤 늦게 자원 봉사가 끝나므로 집까지는 택시를 타야 했다. 그 봉사자와 같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것도 자신의 차비까지 들여 가며 남을 돕는다는 것은 듣기에는 쉽지만 직접 행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미국에서 부러운 점 중의 하나는 자원 봉사 등 남을 돕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생활화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건 평범한 직장인이건 직장이 없는 사람이건 말이다. 우리는 남을 돕는 일을 너무도 큰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나 싶다.

‘내가 이 다음에 돈을 벌면’, 또는 ‘~한 사람이 되면 ~를 할꺼야’라는 말은 종종 듣지만 굳이 그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미국처럼 돈이란 방법으로 뿐만 아니라,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많지는 않지만 자신의 작은 시간이나마 받치는 삶이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 각자의 주어진 달란트의 방법으로 남에게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미국인들의 삶의 지혜를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배울 수 있기를, 나눔의 크리스마스를 맞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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