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反기업 정책이 '한국판 엘리엇' 부추겼다

기울어진 규제에 공격대상 전락한 지주사
  • 등록 2018-11-20 오전 4:00:00

    수정 2018-11-20 오전 7:46:50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엘리엇 등 외국계에 이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지주회사 공습이 시작됐다. 한국형 헤지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사실상 경영 참여를 선언한 가운데 지주사를 겨냥한 제2, 제3의 행동주의 펀드가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로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면 지주사들이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아무런 준비 태세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행동주의 펀드시장 판을 키워 지주사들이 무방비 상태에 내몰리고 있다는 불만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지배구조개편개선 전문가로 알려진 강성부 전 LK투자파트너스 대표가 이끄는 신생 사모펀드 KCGI, 일명 강성부 펀드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권 9%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한진칼 주가는 15% 가까이 급등했고, 다른 지주사주(株)도 덩달아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KCGI가 한진칼을 공격한 것은 지주사라는 특징 때문이다. 지주사는 적은 지분으로 여러 자회사나 관계사를 움직이고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지주사를 흔들여야 여러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30%), 진에어(60%), 칼호텔네트워크(100%), 한진(22.2%), 정석기업(48.3%) 등의 지분을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사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충분히 표 대결이 가능하고, 오너 갑질 논란이 있었던 만큼 다른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들의 표를 얻기 쉽다는 점도 KCGI가 한진칼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이 17.84%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이며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28.9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가 상장사에 불리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재계가 요구해온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차등의결권, 포이즌빌 등) 도입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행동주의 펀드시장 판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헤지펀드를 양성화하겠다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발표하고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에 대해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법무부가 추진중인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의 상법개정안도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부추길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상장사협의회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의 지주사 전환을 독려해놓고선 헤지펀드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해 경영권이 취약해지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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