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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1990년대에 접어들어 대학과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출연연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시대적 전환이 필요했는데 대처가 늦었다”며 “비전이니 정체성이니 여러 혁신에 대한 논의는 많이 했는데 실제로 그것을 실행력을 갖고 행정에 옮겨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출연연이 지향해야 할 연구 방향에 대해 결국 기초·원천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과학사에서 보면 20세기에 기초연구를 거의 다 소진해 응용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21세기는 새로운 기초연구에 의해 새로운 응용개발 연구로 가야한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 지식혁신 대변환기를 맞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기초원천 연구의 씨앗을 뿌려 거기서 열매를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중소기업 기술력 제고에 출연연이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봤을 때 인력 기준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많이 미흡하다는 게 가장 큰 취약점”이라며 “중소기업 기술력 제고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출연연이 그런 역할을 해 준다면 정책 당국도 매우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회장은 출연연 경쟁력 저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편에 대해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높이기 위해 PBS시스템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은 필요하고 현 시점에서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PBS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출연연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간 및 대학과 구분되고 특화되는 근본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R&D 정체성과 비전을 새로 세우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출연연의 수직적 관료주의 문화, 배타적인 문화도 청산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회장은 “시대는 초융합, 초지능, 초연결의 시대로 가고 있는데 출연연은 거꾸로 분화를 거듭하면서 R&D 중복이 발생하고 유명무실한 기관도 여러 곳 생겨났다”며 “서로 울타리를 치고 자기만의 연구를 해서는 새 길을 모색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