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대단원의 막 내린 ‘스타워즈’ 신화

  • 등록 2020-01-29 오전 5:00:00

    수정 2020-01-29 오전 5:00:00

[정재형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스타워즈’가 완결되었다. 9편으로 기획된 이 영화는 2019년 12월 개봉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한국 개봉은 1월8일)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스타워즈’는 1977년 시작되었다. 2019년 마감되었으니 42년을 끌고 왔다. 인생으로 따져도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예순이 되었다. 반평생을 끌고 온 셈이다. ‘스타워즈’는 신화에서 소재를 구해 시작되었지만 영화 역시 현대의 신화가 되었다.

‘스타워즈’는 지금 봐도 새롭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4차 산업혁명의 모든 것이 그 안에 녹아있는 것 같아 신기하다. 고등학교 때는 마냥 미래의 세계였으나 지금은 현재 같이 느껴져 새삼 시간의 변화를 실감한다.

‘스타워즈’의 매력을 몇 가지 나열해 본다.

먼저 고대와 미래를 융합시켜 놓았다. ‘신화의 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웅 신화는 인간의 보편성을 다룬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신화는 인간이 동일한 삶을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타워즈’는 루크 스카이워커가 주인공이다. 그는 스승과 삼촌의 원수인 다스 베이다에게 복수를 한다. 하지만 다스 베이다는 자신의 친아버지다. 이 부분이 신화다. 살부(殺父) 콤플렉스(Patricide Complex). 인간은 보편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열등의식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 아버지란 은유적으로 기성세대를 뜻한다. 새로운 세대의 앞길을 가로 막는 세력은 항상 기성세대다. 현재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기득권자들인 기성세대들의 구악 때문이다. 인간의 보편성을 담은 신화란 이런 것이다. 현재는 끝없이 변화한다. 그 변화의 끝은 알 수 없다. 공상과학이 판치는 세상이다. ‘스타워즈’ 창조자 조지 루카스의 상상력은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이분법을 통일시킨다. 불변의 인간은 변하는 시간과 공간속에서 사는 존재이다. 생명이란 그런 것이다. 영화는 무한한 우주속의 영원한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의 신비를 풀어헤친다.

둘째,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었다.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 혹은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의 가치를 보여준다. 인간과 기계가 어우러지는 세상이 익숙해진 것은 단연코 ‘스타워즈’ 덕분이다. 해리슨 포드가 걸어 다니는 털복숭이 융단이라고 불렀던 고릴라인간 츄바카, 홀쭉이와 뚱뚱이에서 힌트를 얻은 귀염둥이 두 로봇 R2D2, C-3PO, 그 외에도 매 편 등장했던 괴물 외계인들. 이 모든 생명체 혹은 비 생명체들이 하나의 평등화음으로 노래했던 생명주의 심포니가 ‘스타워즈’였다. 지금 세상은 영화가 그려내는 평등한 세상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인종과 민족 갈등, 종교 갈등, 젠더 갈등, 세대 갈등, 모든 주체와 타자간의 갈등들이 녹아내리고 있는 중이다.

셋째, 4차 산업 혁명으로 시작되는 과학과 철학의 융합 시대를 보여준다. ‘스타워즈’의 원조는 소설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일 것이다. 인조인간의 상상력을 역사상 처음 보여준 픽션이다, 이어 공상과학소설들이 이어지면서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졌고 미래 세계는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스타워즈’는 미래세계의 결정판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말하듯이 미래는 신인류의 탄생이고 기계 틈바구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어떤 방식으로 구가할 것인지가 아직은 궁금하다. 신인류가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그 길을 예비한 ‘스타워즈’가 끝났다. 인류는 앞으로 어떤 식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가야 할까. 모두 9편을 통해 감독 조지 루카스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사랑과 증오와 우정으로 살아간다고. 그리고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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