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①"고객 신뢰 찾아라"..박정호 SKT 사장의 또다른 실험

5G시대 통신 혼자 주도할 수 없어
자동차, 소프트웨어..다른 산업과 협업 필수
브랜드 향한 신뢰, 갈수록 중요해져
감동경영 1탄은 무약정 고객 포인트, 할인반환금 축소
김갑수 사회여론연구소 전대표 등 소통 전문가 영입
  • 등록 2018-03-08 오전 5:40:00

    수정 2018-03-08 오전 10:39:1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SK그룹에서 최태원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본업인 이동통신(MNO)에 대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사내 일각에선 매출과 영업이익이 수천억 원까지 감소할까 걱정하나, 박 사장은 “더 이상 미움을 받으면 존재할 수 없다”며 “고객이 싫어하는 행위를 고치는데 돈을 써야 한다면 쓰겠다”고 말했다.

“수익 줄어도 고객이 싫어하는 건 고쳐야”

SK텔레콤은 최근 △12개월·24개월 노예 계약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된 순간부터 포인트를 주고 △520만명에 달하는 20% 요금할인 가입자에 대한 할인반환금 없는 25% 요금할인 상향 등의 조치를 시작했다.

‘MNO 변화와 혁신’ 프로젝트 중 일부인데, 추가로 △해외 로밍 요금을 분당 과금에서 초당 과금으로 바꾸는 등 총 8가지 아이템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크게 줄 수 있지만 박 사장이 결단을 내렸다.

숫자로 평가받는 전문경영인 세계에서 박 사장의 시도는 참신함을 넘어 비장함마저 엿보인다. 그는 왜 MNO 혁신에 모든 걸 거는 걸까.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5G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 세상을 그려 보면 짐작 가는 일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정호 사장은 SK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1994년부터 몸담으면서 IMT-2000 사업자 선정(2000년), 헤지펀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2003년), SK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2012년), 한미일 도시바메모리 매각 성사(2017년)까지 그룹의 명운을 가를 일들을 주도해 성공시켰다.

하지만 SK C&C로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해 4년 만에 돌아온 SK텔레콤의 현실은 답답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지난해 국감도 가고 했는데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면서 “우리 가입자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따끔한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임원들 있는 자리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통신회사는 미세먼지보다 못하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하지만 그저 ‘국민에게 사랑받는 SK텔레콤이 되겠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SK텔레콤 스스로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하지 않고선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낙전수입 노리는 기업, 고객 선택 못받아”

통신사업은 그간 외부에서 보기에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출이 없는 내수인데다 국가가 독과점적인 지위를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4G(LTE)와 달리, 5G는 현실 세계의 행동이나 관습을 바꾼다. 자동차 운전만 해도 자율주행차라는 형태로 바뀐다. 카메라나 라이다, 5G 통신망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IT화 해서 운전자 개입 없이 원하는 목적지를 말하는 것만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는 SK텔레콤 혼자 주도할 순 없다. 완성차 제조사는 물론, 각종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업체와의 제휴가 필수적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해당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다. 낙전 수입을 노리거나 나를 속여 이익을 취하는 기업이란 사악한 이미지로는 기업 간 협업은 물론, 고객의 선택에서도 제외된다.

박 사장은 “4G보다 더 투자비를 들여 5G를 깔았다 해도 고객이 선택하지 않으면 망한다”며 “AI(스피커)만 해도 네이버나 카카오가 하는 것보다 심오한데 알리는 방식이나 확산이 약해 고민”이라고 말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박 사장은 지난해 SK텔레콤 사장에 취임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참모들로 조직 분위기도 일신했다. 유영상 전략기획부문장(전무), 서성원 MNO 사업부장(사장), 노종원 유니콘랩스장(전무) 등 소위 ‘박정호 사단’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을 SK텔레콤으로 불러 전진배치했다.

여기에 사회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도울 외부 전문가들도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노무현라디오 대표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표를 역임한 김갑수 씨를, 올해에는 애플 음성인식 비서 ‘시리’ 개발자 출신인 김윤 박사를 AI리서치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또, 기업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꼽히는 윤영민 고려대 교수를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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