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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관통하는 ‘공정’…주총서 수면 위로
이번 50기 주총의 참석 대상이었던 주주 수는 총 76만 1428명이었습니다. 액면 분할 이전에 25만명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주주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1998년 주총 당시 주주가 10만 9604명이었으니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데 걸린 시간보다 액면 분할로 인한 주주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던 셈입니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주당 가격이 200만원을 넘어 ‘황제주’에서 주당 4만원대의 ‘국민주’가 되면서 30대 이하 젊은 주주들의 참석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이 젊은 주주들은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졌던 주총의 여러 형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습니다.
예를 들어 주총 안건을 상정하고 주주들의 박수와 함께 통과시키는 방식에 대해 “표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젊은 주주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주총의 안건 처리 방식은 거수, 기립, 이동 등 다양한 형태가 인정되고 기관투자자 등 주요 주주들의 찬성으로 주총장에선 표결이 불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젊은 주주들은 주총에서도 일반 선거처럼 표결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여겼습니다. 이로 인해 향후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요구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다른 20대 주주는 “글로벌 기업이 정치권이나 권력에 끌려가지 말라”고 발언하며 기업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44년 전인 1975년 6월 기업공개를 했고 창립 이후 매년 주총을 개최해왔습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주주들의 요구나 주총의 형식, 주요 관심사는 계속 변해왔습니다. 기업 공개 이전엔 비공개 법인주주총회를 통해 삼성그룹의 임원인사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유상증자나 배당금 지급 등이 안건으로 주로 다뤄졌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GDP(국내 총생산) 성장률이 10%가 넘던 1980년대에는 배당이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1980년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배당률을 25%로 책정한 배당 지급 안건이 상정됐는데 일부 주주가 “순이익이 100억원인데 배당률 25%는 너무 낮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주요 기업의 배당률은 30%를 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1%대인 현재의 초저금리 상황에선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1990년대 말엔 IMF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소액주주운동에 강하게 벌어졌습니다. 1998년 주총에서는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삼성전자의 편법 출자와 부당내부거래를 지적하며 질문공세를 펼쳤고 참여연대가 이사회가 상정한 모든 안건을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주총은 수차례 정회를 거듭한 끝에 밤 10시 30분까지 이어지며 무려 13시간 이상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주가 관리 관심…40년 주주는 1000배 수익
2000년대 들어선 인터넷 시대 도래와 ‘닷컴 버블’ 등으로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기업들도 주가 관리에 열을 올렸습니다. 삼성전자 주총의 최대 관심사도 주가 관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000년 말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침에 출근하면 컴퓨터 앞에 앉아 미국 나스닥 상황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주가 관리를 위한 IR팀도 그해부터 본격 가동했습니다.
이제 삼성전자의 주주 수는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 인구(77만명) 수준까지 늘어났고 30대 이하 젊은 주주의 비중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젊어지고 숫자도 늘어난 만큼 내년 새로운 장소에서 열릴 2020년 정기 주총에선 주주들의 어떤 질문과 발언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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