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된 성과보수펀드…판매사·운용사·투자자 모두 외면

시판中 성과보수펀드 11개뿐..대부분 小펀드로 증발 위기
판매사 판매 꺼림, 운용사 출시 중단, 투자가 낮은 호응
`차라리 2억원 자기자본 태우고 일반펀드 출시` 흐름 강화
예외가 현실되면서 부작용 뒤따라.."군소 운용사 재정난"
  • 등록 2019-04-24 오전 6:10:00

    수정 2019-04-24 오전 6:1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펀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 ‘성과보수펀드’가 도입 2년이 돼가도록 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팔아도 득이 없는 판매사(유통)와 안 팔아주니 출시할 이유가 없는 운용사(공급), 장기투자를 기피하는 투자자(수요) 등 펀드 세 주체로부터 연쇄 외면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열에 아홉은 50억대 小펀드

23일 펀드평가사 케이지제로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시중에서 팔리는 성과보수 펀드는 11개다. 에셋플러스운용(4개)을 비롯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대신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DGB자산운용 등 8개사가 운용하고 있다.

펀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 중 최대 펀드는 트러스톤의 ‘정정당당성과보수’ 펀드로 운용설정액은 143억원이다. 나머지 10개 펀드는 규모가 100억원 이하로 덩치가 작다. 그 중에서도 7개는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이른바 자투리 펀드)로 언제든 정리될 수 있는 처지다. ‘똑똑중소형주성과보수’(DGB)와 ‘배당과인컴30성과보수’(미래에셋)는 설정액이 1억원 남짓이고, ‘EMP글로벌자산배분성과보수’(한국투자)는 설정액이 1억원도 안 된다.

이들 성과보수 펀드 공통점은 출시 시점이 2017년 6월과 7월 두 달 사이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당시 펀드에서 손실이 나도 운용사는 펀드 불입액의 일정 비율로 운용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성과보수펀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위해 2017년 5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88조를 다듬었다. 시행령 개정안은 운용사가 모든 고객에게서 성과보수 수수료를 걷을 길을 열었다. 성과보수를 걷을 수 있는 대상은 이전에는 5억원 이상 투자가(개인, 법인은 10억원)였는데,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이 조건이 사라졌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금융위원회는 시행령 개정과 동시에 “신규 공모펀드는 원칙적으로 성과연계형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자산운용사가 시딩(seeding) 투자를 하면 예외로 허용한다”는 행정지도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무조건 성과보수 펀드만 출시하고, 종전처럼 수수료를 받는 펀드를 만들려면 자기자본 2억원을 넣으라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펀드에 `책임운용` 부담을 지운 것이다. 자산운용사가 자기 돈이 들어간 펀드를 허투루 운용할 리 없으니 성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됐다.

판매사 외면, 상품 출시 `뚝`

현실은 달랐다. 우선 공모펀드 시장 여건이 성과보수 펀드를 수용하기에 부족했다는 게 업계 전반 시각이다. 특히 판매사와 업무 협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펀드 시장은 상품 출시와 운용을 맡는 운용사와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사(은행 및 증권사 등) 역할이 구분돼 있다. 운용사가 성과보수펀드 수수료를 매기려면 고객 수익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그러려면 판매사에서 개별 펀드 가입자가 언제, 얼마나 펀드에 불입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판매사는 이 작업이 시스템화돼 있지 않아 주로 수작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 가입자가 늘고, 규모가 커지면 품이 더 들어가기 마련이다.

실례로 KB자산운용이 지난 8일부터 2주간 판매한 `장기토탈리턴성과보수` 펀드는 24억원을 모집했다. 근 2년 만에 등장한 신상품인 데다, KB국민은행과 KB증권 등 가족사를 거쳐 판매했는데도 모집액은 예상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시중 운용사 관계자는 “성과보수펀드 고객정보 파악은 대부분 수기로 해야 해서 업무량은 많은 데 비해 작업 속도는 더디다는 게 판매사 측 불만”이라고 전했다.

사실 판매사는 일반 펀드와 성과보수 펀드 중 무엇을 팔든 비슷한 판매보수를 챙길 수 있다. 이런 터에 손이 더 가는 성과보수를 판매하기를 꺼릴 수 있다. 운용사로서는 판매사에서 팔지 않는 펀드를 내놓지 않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투자자들의 호응도 크지 않은 편이다. 환매수수료가 발생하는 성과보수 펀드 운용 방식(장기투자)보다, 단기 투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일반적인 탓이다. 이로써 운용사는 차라리 자기자본 2억원을 태워 전처럼 일반 공모펀드를 출시하는 쪽으로 상품 출시 방향이 잡혀나간 측면이 있다.

제도에 따른 부작용도 뒤따랐다. 시중 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덩치가 작은 운용사 사이에서 자기 자본을 펀드에 투입하는 게 재정적으로 부담이라는 호소가 이어진다”며 “이런 부담을 덜려고 신상품 출시를 중단하게 되고 투자가의 상품 선택권이 줄어, 결국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하는 연쇄반응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운용사에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 부담을 줘서 성과보수펀드를 출시하도록 유도한 것인데, 거꾸로 부담을 감수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성과보수 펀드는 당시 금융 당국 성화에 못 이겨 내놓은 상품이라는 게 업계 공감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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