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승준 판결에 웃고 있을 '또 다른 스티브 유'

병역기피 국적포기자들에게 가능성 준 꼴
국민청원 등장...재외동포 관련 법 손봐야
  • 등록 2019-07-15 오전 6:30:00

    수정 2019-07-15 오전 8:20:45

미국인 가수 스티브 승준 유(한국어명 유승준)가 지난 2015년 아프리카TV로 한국 입국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눈물을 흘려 ‘연기 하느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사진=화면 캡처)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에디터] 미국인 가수 스티브 승준 유(한국어명 유승준·이하 유승준)에게 면죄부를 준 단어는 ‘법적 한계’ 등이었다. 대법원은 최근 유승준의 국내 입국 요청에 비자발급을 거부한 게 행정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 “입국금지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 사건은 입법자가 정한 입국금지결정의 법적 한계, 사증발급 거부처분과 같은 불이익처분에 있어서 적용되어야 할 비례의 원칙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재외동포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유승준의 공략은 성공적이었다. 이어지는 단어로는 ‘모국’ ’가족’ ‘한’ 등이 선택됐다. 판결 직후 유승준 측은 “유승준은 자신이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자랐던, 그리고 모든 생활터전이 있었던 모국에 17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을 전전해야 했다”며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하고 절절한 소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유승준과 가족들에게 가슴 속 깊이 맺혔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전했다.

◇병역 기피자에게 가능성 준 꼴

유승준의 단어를 받아들인 판결이 아쉬운 이유는 ‘또 다른 스티브 승준 유’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번 판결의) 핵심은 출입국관리법과 재외동포법 등 실정법에 규정된 입법자의 결단에 관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문에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입법자의 의지를 전제하고 있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2015년 당시 재외동포 관련 법률)한다고 입법자의 의지라고 해석했다(현재 법이 개정돼 제한 연령이 41세로 바뀌었다. 그러나 개정 법률에 의하더라도 유승준은 이미 41세가 넘었으므로 병역기피와 관련한 재외동포체류자격 부여의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과연 유승준처럼 대한민국을 속이고, 국민을 기만하고, 법의 허점을 노리는 이들에게까지 F4 비자를 주는 게 국민적 감정을 담은 입법자의 결단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유승준이 노리는 F4 비자는 국민에 준하는 권리를 가지며 선거권·피선거권이 없지만 국내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국내법에 따라 최대 25%의 소득세를 부과받고 ‘한미 이중과세방지협정’으로 미국에 소득 신고를 할 때 한국에서 세금을 냈다는 증명을 하면 50%에 달하는 미국 내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미국인인 유승준이 재외동포에게 국민에 버금가는 혜택을 주는 F4 비자를 노릴만한 한 이유다. 한국을 17년 만에 굳이 다시 들어와 경제활동을 하면서 미국 내 세금 부담을 줄이는 ‘일거양득’도 가능해졌다.

◇국민 분노..재외동포법 손봐야

지난해 5월 병역 의무가 강화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시행되자 병역기피를 노리던 복수 국적의 ‘한인 2세’들이 대거 국적을 포기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발표 당시 5개월간 법무부에 접수된 국적 이탈 신고건수는 355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었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방치하다 이번 판결로 자극 받아 권리만을 챙길까 우려되는 게 이번 판결이 주는 아쉬움이다.

11일 게시된 “유승준 입국금지를 다시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3일 오후 6시 현재 17만명 넘게 동의했다. 국민청원에 동의한 이들이 공감한 단어는 ‘형평성’ ‘자괴감’ ‘분노’ 등이다. 국민청원에 참여한 이들은 아마 입법자의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동의할 터이다. 국민의 목소리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병역 기피 목적으로 도망간 이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아예 체류 자격을 갖지 못하도록 관련 법률을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 병역기피자에게 개방적·포용적 태도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유승준의 판결을 보면서 남몰래 웃고 있을 ‘제2의 스티브 승준 유’를 보면서 형평성·자괴감·분노라는 단어를 또다시 떠올려야 할 일인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