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형 英 옥스퍼드대 교수 "수포자, 수학 못한다 생각하는 게 문제"

세계 수학계 최대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관련 해법 제시한 세계적 수학자
"우리나라 학생들 수학 실력 매우 뛰어나…연구 분야도 곧 많은 성과 있을 것"
"수학 잘하려면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이 접촉해야"
  • 등록 2018-09-10 오전 7:33:57

    수정 2018-09-10 오전 7:33:57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수포자(수학 포기자)들의 진짜 문제는 자신들이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진=카오스재단.
김민형(사진·55)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100을 요구하는데 50밖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수포자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수포자들에게 “100을 책정하는 기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50까지 이룬 것도 상당히 뛰어난 사람이고 그걸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0년 세계 수학계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중 ‘정수계수 다항식의 해가 되는 유리수’를 풀 수 있는 혁신적 이론인 ‘산술적 위상수학 이론(arithmetic homotopy theory)’을 제시해 세계적인 수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11년 한국인 최초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됐다. 김 교수는 방학을 맞아 자신이 석학교수로 있는 고등과학원(KIAS) 수학난제센터(CMC) 세미나 등을 위해 3개월간 고국을 찾았다.

김 교수는 자신이 실제 국내외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평균 수학 실력이 외국 학생들에 비해 매우 뛰어난 수준이라고 얘기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한 방송사의 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연한 경험을 하나의 일화로 들기도 했다. 그는 “한 교양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는데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들이 사인·코사인 함수나 확률분포 등의 기초 수학 지식이 상당히 있고 거의 5시간 동안 계속 집중해 질문도 하고 의논도 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며 “미국이나 영국 같은 경우 이런 분야 사람들은 수학의 ‘수’자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일 뿐만 아니라 절대 그렇게 오래 앉아 있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짧은 수학 연구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동안 큰 발전을 이뤘다며 곧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실제 많은 사람들이 수학 연구를 한 것은 약 30년 밖에 안 됐다”며 “내가 유학하기 이전 시기만 해도 유학하기가 굉장히 어려웠고 첨단 연구 수학을 접촉하는 사람들은 매우 극소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1945년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 초까지 국제 수학저널에 기재된 논문이 약 10편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양으로만 따지면 세계 10위 안에 들 만큼 그 사이에 굉장히 발전했고 우리 세대와 비교해도 지금 대학생들은 비교가 안 되게 뛰어나기 때문에 금방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수학 교육을 포함한 경쟁 위주의 입시 제도에 대해서는 이분법적 사고를 경계했다. 김 교수는 “반드시 경쟁 위주의 입시 제도를 바꾸는 게 좋은지는 괴로운 수준의 문제”라며 “경쟁을 다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경쟁 없이 공부하는 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2월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서 ‘기하’ 과목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김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견 제시가 어렵다는 점을 전제한 뒤 “학생들의 능력은 다양한데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사인 ‘수학 잘하는 방법’에 대해 ‘즐길수 있는 방법을 통해 많이 접촉하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운동이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수학 학습은 정신적인 근육(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것”이라며 “이 같은 관점에서 어느 정도 잘하는 수준까지 하려면 일단 많이 접촉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수많은 자료들을 갖고 있는”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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