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운전자 10명 중 4명은 女…여성우선주차장 필요한가요?

서울시 2009년 조례로 10%이상 여성우선 설치 의무화
전체 운전자중 40%가 여성..교통약자에 역차별 지적도
  • 등록 2018-10-12 오전 6:00:00

    수정 2018-10-12 오후 12:03:40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지하 2층에 설치한 여성우선주차장 모습 (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운전면허를 딴 지 채 1년이 안 된 초보 운전자 김인권(가명·남·29)씨는 주차장에 들어설 때마다 식은땀이 난다. 주차가 운전보다 어려워서다. 차들이 넘쳐나 주차장에 차 댈 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그럴 때마다 여성우선주차장에 절로 눈길이 간다. 차 대기 편한 곳에 위치한 여성우선주차장에 주차하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 참는다. 김씨는 “남성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용하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성 우선 주차장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운전면허 보유자 3100만명 가운데 여성 운전자가 41%(1300만명)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여성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노인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등 교통 약자에 대한 상대적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우선 주차 공간이 아닌 운전에 미숙한 운전자를 위한 주차장을 만드는 등 전반적인 주차장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2009년 여성우선주차장 설치 의무화

여성 우선 주차장은 2009년 서울시가 여성의 주차 편의와 안전을 위해 도입했다. 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25조 2항에 따르면 주차 대수 규모가 30대 이상인 노상·노외·부설 주차장에는 총 주차 대수의 10% 이상을 여성 우선 주차장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한 건축물은 서울시의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설치 조건은 △사각지대가 없는 밝은 위치 △출입구 인근 △접근성·이동성·안전성이 확보된 곳 △CCTV 감시가 가능한 곳 △차량출입구와 주차관리원, 승강기와 가까운 곳이다.

다만 여성 우선 주차장은 여성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남성이 여성 우선 주차장을 이용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시 조례 또한 여성우선주차장 설치를 의무화했을 뿐 이를 위반했을 때 제재규정은 따로 두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용이 아닌 우선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만큼 여성들만 이 주차장을 사용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운전이 미숙한 남성·노인 등이 사용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여성전용 주차장 폐지 관련 글 캡처
“여성 우선 주차장 없애자” 청원…“교통약자 주차장으로 바꿔야”

처벌조항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성우선’이라고 명시된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게 남성운전자들에겐 껄끄럽기만 하다. 게다가 여성우선주차장에 주차해도 법적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남성운전자들도 적지 않다.

김영광(가명·45)씨는 “장애인전용주차장처럼 당연히 여성만 이용가능한 줄 알았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다가 비어있는 여성우선주차장을 보면 분통이 터졌는데 앞으로 마음 편히 주차하겠다”고 했다.

여성들도 여성우선주차장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운전 경력 20년 차인 주부 안모(55)씨는 “여성들도 운전을 잘할 수 있는데 특정 구역을 설치해 여성들이 우선 사용해야 하는 곳을 만드는 것은 과한 배려”라며 “안전이나 사고가 걱정된다면 주차장 모든 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거나 모든 주차구역을 폭 넓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우선 주차장을 없애고 교통약자 우대주차장을 만들자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우선 주차장이란 명칭 대신 교통 약자들을 위한 주차공간으로 명시해야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4700여명의 국민이 국민청원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우선주차장 도입 취지를 살려 교통 약자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주차공간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남승하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성 우선 주차장은 여성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했지만 누구나 교통약자가 될 수 있다”며 “교통 약자라면 여성 우선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교통 약자들이 그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적극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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