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칠채 장단 한국무용으로…'인셉션'처럼 느끼세요"

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 안무 이재화
지난 3월 발표 첫 안무작 단독 공연으로
"속도감 있는 한국영화 같은 공연 기대"
  • 등록 2018-11-15 오전 6:00:00

    수정 2018-11-15 오전 6:00:00

국립무용단 단원 이재화(사진=국립극장).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3월 국립무용단이 선보인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넥스트 스텝’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바로 ‘가무악칠채’였다. 단원 이재화(31)의 첫 안무작으로 농악에서 주로 쓰는 칠채 장단을 춤으로 표현했다.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흥겹고 직관적인 무대로 관객 이목을 사로잡았다.

공연 후 진행한 관객 설문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얻어 국립극장 2018-2019시즌 레퍼토리 작품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1시간 분량의 단독 공연을 서울 중국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최근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실에서 만난 이재화는 “30여 분의 공연을 1시간으로 늘려야 해 막막함도 크고 고민이 많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분명한 것은 이번 공연도 지난 초연 못지않은 흥겨운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재화는 “얼마 전 ‘해리포터’의 세계에서 마법을 쓰다 ‘타짜’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마치 영화 ‘인셉션’ 같은 꿈을 꾼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머릿속에 꿈을 심는 ‘인셉션’처럼 USB를 꼽듯 지루하지 않게 칠채 장단을 관객에게 전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채는 복잡한 변박으로 이뤄져 있어 한국무용에서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장단이다. 그러나 이재화는 칠채가 가진 한국적인 매력에 주목했다. 그 출발점은 2016년 국립무용단이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와 함께 발표한 ‘시간의 나이’. 이재화는 “‘시간의 나이’의 프랑스 공연을 통해 외국 관객에게는 우리 장단이 새로운 리듬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칠채야말로 한국적인 장단이라 안무의 좋은 소재였다”고 말했다.

이재화에게 칠채는 낯선 장단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프로 못지않은 장구 실력을 지닌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장구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이재화는 “칠채는 습득하는데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매력 있는 장단이었다”며 “볼레로처럼 칠채 장단을 반복하면 어떤 몸짓이 나올 수 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 콘셉트 사진. 단원 이재화(사진=국립극장).


1시간으로 늘어난 이번 공연은 초연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가미할 예정이다. 무용수로는 초연에 출연한 송설, 조용진, 박혜지, 조승열과 함께 이요음, 황태인이 가세한다. 지난 공연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도 다시 출연해 흥을 더할 예정이다.

이재화도 초연과 마찬가지로 무용수로 무대에 올라 이들과 함께한다. 그는 “이번에는 음악에만 집중하는 신도 만들 계획”이라며 “속도감 있는 한국영화처럼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쉬고 있더라도 긴장감이 계속 이어져 관객이 지루하지 않을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장구를 배웠기 때문일까. 자연스럽게 박자 감각을 몸에 입힌 이재화는 중학교 때부터 춤에 대한 끼를 드러냈다. 힙합에 빠져 춤을 추며 돌아다니는 걸 즐겼다.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한국무용을 권했다. 그렇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실력을 갈고 닦으며 국립무용단까지 오게 됐다.

2011년 인턴 단원으로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뒤 2014년 7월 정식 단원이 됐다. 인턴 기간을 포함하면 무려 8년을 국립무용단에서 활동한 것. 그러나 이재화는 “벌써 8년이 됐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아직은 국립무용단을 통해 나의 어떤 부분이 바뀌었고 달라졌는지 생각하기 이른 것 같다”며 “지금은 국립무용단의 색깔과 나만의 색깔을 모두 같이 가져가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첫 안무작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얻은 만큼 계속 안무에 도전하고 싶을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안무는 너무 힘들다”였다. 이재화는 “지금은 오로지 ‘가무악칠채’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길 바랄 뿐”이라며 웃었다.

국립무용단의 ‘가무악칠채’는 젊은 단원의 참신한 안무작을 통해 ‘전통의 현대화’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공연이 될 전망이다. 이재화는 ‘전통의 현대화’에 대해 “단순한 컬래버레이션에 그치지 않고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방탄소년단 노래 ‘아이돌’에 등장하는 ‘덩기덕 쿵더러러’는 굿거리장단이다. 외국에서는 처음 듣는 신선한 리듬이라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이질적인 느낌이 그들에게는 신선했을 것이다. 한국무용도 이런 다양한 시도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지난 3월 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텝’을 통해 초연한 ‘가무악칠채’ 공연 장면(사진=국립극장).
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 콘셉트 사진(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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