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츠 개혁은 지난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재임 시절 시행된 ‘노동시장 대수술’을 의미한다.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노동유연성 확보, 복지 축소, 시간제 일자리 대거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하르츠 개혁은 내용 뿐만 아니라 추진과정 또한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슈뢰더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1998년 노동자들의 지지로 총리에 오른 슈뢰더는 2005년까지 자리를 지키며 독일을 개혁하는데 온힘을 쏟았다. 2003년 당시 독일은 고용률이 65%까지 떨어지며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슈뢰더의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하르츠 개혁이다. 폴크스바겐의 페터 하르츠 인사담당 이사를 개혁위원장에 앉히는 파격을 통해 노동시장에 손을 댔다. 슈뢰더는 하르츠 위원장에 전권을 줬고, 위원회는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다.
파격적인 개혁안을 선보이며 노동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꾼 슈뢰더는 그러나 2년 후인 2005년 총선에서 패하며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의 이탈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독일을 개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연임에는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슈뢰더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독일을 위해 일한 총리로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됐다. 독일은 지난해 76%의 고용률을 기록하며 슈뢰더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경제대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은 대부분 노동개혁에 성공했다. 특히 이를 통해 노동유연성을 높이고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지금 한국도 기로에 서있다.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기에 영합하거나 눈치 보지 말고 미래세대를 위해 소신껏 일해야 한다. 슈뢰더가 총선에서 질 것을 각오하고 하르츠개혁을 밀어부친 이유를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