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슈뢰더 노동개혁이 주는 교훈

2003년 총리 취임 후 인기 연연하지 않고 노동개혁 추진
노동유연성 확보 통해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을 다시 일으켜
지지층인 노조 이탈로 다음 총선서 패했지만 큰 울림 줘
저성장 속 기로에 선 한국도 백년대걔 마음가짐으로 노동개혁 추진해야
  • 등록 2018-11-28 오전 6:00:00

    수정 2018-11-28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상헌 산업에디터 겸 산업부장]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주목하라’. 최근 일자리 고민에 빠진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퍼지는 말이다. 지난 1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서 “독일은 하르츠 개혁을 통해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도 19일 ‘하르츠 개혁‘을 언급하며 “노동이 더욱 존중받고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하르츠 개혁은 지난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재임 시절 시행된 ‘노동시장 대수술’을 의미한다.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노동유연성 확보, 복지 축소, 시간제 일자리 대거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하르츠 개혁은 내용 뿐만 아니라 추진과정 또한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슈뢰더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1998년 노동자들의 지지로 총리에 오른 슈뢰더는 2005년까지 자리를 지키며 독일을 개혁하는데 온힘을 쏟았다. 2003년 당시 독일은 고용률이 65%까지 떨어지며 ‘유럽의 병자’로 불렸다.

슈뢰더의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하르츠 개혁이다. 폴크스바겐의 페터 하르츠 인사담당 이사를 개혁위원장에 앉히는 파격을 통해 노동시장에 손을 댔다. 슈뢰더는 하르츠 위원장에 전권을 줬고, 위원회는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장 충선에서 슈뢰더를 전폭 지지했던 노조의 반발이 거셌다. 여기저기서 배신자 소리도 튀어나왔다. 사민당 내에서도 불만이 빗발쳤다. 하지만 슈뢰더는 꿈쩍도 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파격적인 개혁안을 선보이며 노동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꾼 슈뢰더는 그러나 2년 후인 2005년 총선에서 패하며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의 이탈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독일을 개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의 연임에는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슈뢰더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독일을 위해 일한 총리로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됐다. 독일은 지난해 76%의 고용률을 기록하며 슈뢰더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경제대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은 대부분 노동개혁에 성공했다. 특히 이를 통해 노동유연성을 높이고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지금 한국도 기로에 서있다.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노동유연성 확보다. 이것이 안되면 기업들이 채용에 나서는 것을 꺼릴 수 밖에 없다.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노동계가 이를 막고 있다. 이대로 가다면 모두가 공멸한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정규직 노조의 양보가 필요하다. 일자리의 질 못지 않게 양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기에 영합하거나 눈치 보지 말고 미래세대를 위해 소신껏 일해야 한다. 슈뢰더가 총선에서 질 것을 각오하고 하르츠개혁을 밀어부친 이유를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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