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반쪽 간담회’의 불통 조짐

  • 등록 2018-12-07 오전 6:00:00

    수정 2018-12-07 오전 6:00:00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 신임을 표시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사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강확립 책임을 맡긴 것이다. 이에 대한 여론이 좋을 리는 없다. 그동안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에 소홀했던 것만으로도 문책 사유가 충분했으나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게 된 것이니, 적절한 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언급에서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됐던 결과다. 문 대통령이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다음 예정지인 뉴질랜드로 향하던 기내에서의 얘기다.

그러나 특정인에 대한 문책이나 신임 결정보다 기자들의 질문을 막았다는 자체가 더 심각하다. 간담회를 가지면서 사전 양해도 없이 즉석에서 문답 범위를 한정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만 듣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평소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불통’ 조짐을 내비친 셈이다. 주변의 평가를 듣기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처리하겠다는 의중이었을 것이다. 조 수석에 대한 문책이 미뤄진 것은 이러한 결과일 뿐이다.

국정을 책임진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믿음이 가는 사람을 가까이 두겠다는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능력과 신망이 갖춰졌다면 이러한 측근 인사를 흠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계속 터지는데도 바로잡지 않고 넘어간다면 비슷한 문제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또 문제가 생길 경우 이젠 문 대통령에게 직접 비난의 화살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항간의 여론을 무시한 불통의 책임이다. 조 수석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게 가장 바람직했던 사안이 이토록 확대되는 모습이 우려스럽기만 하다.

이번 사안을 처음으로 되돌려보면 책임질 사람이 비단 조 수석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특별감찰반만이 아니라 비서실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나왔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비서실 진용이 처음 갖춰지면서부터 눈총을 받았던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아직도 건재한 것을 보면 웬만해선 비서실 쇄신이 어려울 것이라는 내부 분위기를 짐작하게 된다. 자기 사람에 대한 믿음이겠지만 바깥에서 바라보기에는 ‘자기 편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도 느껴지는 것은 역시 ‘소통 부재’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최우선적으로 약속한 것이 바로 소통이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주요 사안은 본인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때로는 광화문에서 대토론회도 열겠다고도 했다. 당초 광화문 집무실 계획을 마련했던 것도 비슷한 취지였다. 그런데 간담회에서부터 일방통행식 진행이 이뤄진다면 그 다음은 보나마나다.

최근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자꾸 떨어지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데 있다. 경제여건 악화가 그 바탕에 깔려 있지만 그 흐름을 되돌리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 및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충분하다고 해도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쳐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도 정책 수정 기미는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 수시로 변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해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면 그 이유를 면밀히 따져봐야만 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대북 문제를 포함한 외교적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을 법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조만간 이뤄진다면 시중 여론은 물론 국내외 정세도 상당히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벤트성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면 그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 설사 본인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더라도 실행에 앞서 여러 경로를 통해 시중의 견해를 들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소통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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